[아무튼, 주말]
팬들이 살려낸 비29
추억의 맛 재출시
폭격기에서 따 온 비29(B29)라는 이름에는 과자 시장에 융단폭격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 과자 재생산을 위한 팬카페는 최근 다시 출시된 비29 시식기가 올라오며 축제 분위기다.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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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시절 엄마를 졸라 사 먹던 과자, 할머니·할아버지가 몰래 건네던 과자 같은 추억의 제품들이 복귀하고 있다. 전 세계 산해진미를 한국에서도 맛볼 수 있는 세상. 가난하고 힘들던 시절에 먹던 상품들이 왜 지금 부활하고 있는 것일까?
농심이 창사 60주년 기념으로 비29를 다시 내놓은 가장 큰 이유는 ‘팬클럽’이었다. 네이버에 개설된 ‘카레맛 과자 비29 재생산을 바라는 카페’가 바로 그것이다. 2007년 시작돼 18년 차 온라인 커뮤니티로 회원은 3000명이 넘는다. 회사원, 사업가 등 사회에서 멀쩡하게 일하고 있는 이들이다. 2010년 이 카페에 가입했다는 화학기기 분석가 유경원(45)씨는 “어린 시절 추억을 공유한 사람들이 모여서 재출시까지 이끌어내 뿌듯하다”며 “다시 나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집 앞 편의점 몇 군데를 돌며 한 박스를 구해 아이들과 나눠 먹었다”고 말했다.
1980년에 출시돼 9년 만에 단종됐던 ‘크레오파트라 포테토칩’도 36년 만에 되살아났다. 이 과자를 불러낸 것은 제품명을 주술처럼 중얼거린 젊은이들. 술자리 게임 ‘안녕, 클레오파트라’가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음역대를 높여가며 대결하는 이 게임은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며 다시 회자되더니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부른 ‘아파트(APT.)’가 세계인의 술자리 게임이 되면서 덩달아 인기를 끌었다. 청년들이 제품명을 외쳐준다면 마케팅 효과는 확실한 셈.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
이렇게 목소리 높여 바람을 관철시키는 소비자들을 보이슈머(voice+consumer)라 부른다. 옛부터 ‘충성 고객’은 귀했던 게 사실. 최근 추억의 제품이 소환되는 현상에 대해 업계에서는 “고물가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는 상황에선 이미 레시피를 갖고 있어 연구·개발비를 아낄 수 있는 데다 성공한 전력이 있는 상품을 출시하는 게 안전하다”고 설명한다.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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