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카세야센터에서 열린 'UFC 314' 라이트급 경기장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머스크의 아들 X(앞줄 왼쪽부터)가 경기 승자인 패디 핌블렛 선수의 세리머니를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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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오벌 오피스(백악관 집무실)를 옥타곤(팔각형 링)으로 바꿔놓았다."
CNN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카세야센터 UFC 챔피언십 경기장에 등장한 모습을 이렇게 한 줄로 요약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부부 등 내각 구성원들을 대동하고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며 관중이 외치는 'USA' 구호를 합창했다. 지난 대선 당시 선거운동에서 울려퍼졌던 빌리지 피플의 'YMCA'가 흘러나올 때는 가볍게 춤까지 췄다. 현직 대통령이 UFC 경기에 참석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점점 더 대담하고 뻔뻔하게 힘을 과시하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반이민 부문 등에서 일방통행식 정책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종합격투기 단체인 'UFC'를 무대로 양보 없는 자신의 강력한 리더십을 대중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수십 년간 UFC와 쌓아둔 인연을 활용해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강한 남성상'에 목마른 2030 남성들의 지지를 끌어낸다는 정치적 포석도 있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내세우고 싶은 '파이터(투사)' 이미지를 수십 년간 UFC에 투영해왔다. 2001년 너무 과격하다는 이유로 UFC 측이 경기를 개최할 곳을 찾지 못하자 선뜻 자신의 호텔을 경기장으로 내준 게 시작이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유력 정치인이 된 이후에도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의 초대로 경기장을 자주 찾았다. 무규칙에 가까운 UFC 경기에서 뼈가 꺾이고 피를 보면서도 승리를 따내는 격투가의 모습을 자신의 정치적 페르소나에 이입한다는 해석이다. 화이트 회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대선에 출마했던 2016년과 2020년, 2024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지지 연설을 하며 이미지 메이킹을 도왔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그는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터프하다"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UFC 라이트급 파이터 패디 핌블렛과 마이클 챈들러가 맞붙은 경기 등 메인 이벤트 5개를 새벽 1시까지 모두 관람한 뒤 떠났다. 그는 격투가 벌어지는 케이지 바로 앞에 머스크와 나란히 앉아 선수들의 육탄전을 내내 지켜봤다.
UFC를 통해 '승리한 아웃사이더' 이미지로 강한 남성상에 목마른 지지층을 확보한다는 정치적 목적도 숨어 있다. 한때 격투계에서 푸대접을 받던 UFC가 수조 원대 산업으로 성장한 것처럼 정계 아웃사이더였던 '부동산 재벌' 트럼프 대통령이 권력의 정점에 올랐다는 서사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운동에서 젊은 남성이 선호하는 팟캐스트를 집중 활용해 자신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이념을 전파했다. CNN은 "스스로를 투사로 묘사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팟캐스트 시장을 적극 활용해 투표하지 않던 유권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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