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이사장은 17일 취임식에서 "청년 주택 투자를 통해 결혼과 출산을 촉진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국민의 노후 자금을 복지정책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투자는 기금운용위원회가 결정하며,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청년 주택 건설도 국가 재정이 담당할 몫이지, 국민연금은 수익성 확보가 핵심이다. 김 이사장의 발언은 기금 운용의 기본 원칙조차 간과한 무책임한 인식이다.
이런 발언의 배경은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김 이사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19대와 21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지역구도 국민연금공단 본부가 있는 전주였다. 20대 총선에서 패배하자 문재인 정부 시절 낙하산 논란 속에 공단 이사장에 임명됐다. 그러나 임기를 10개월 남기고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22대 총선에서는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고, 이번에 낙하산으로 다시 이사장에 복귀했다. 정치권에선 그가 또 2028년 총선을 앞두고 사퇴할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국민연금공단은 1360조원이 넘는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3위 연기금이다. 이런 중대한 자리의 수장이 선거 떨어지면 '한 철 머물다 가는 자리'로 전락했다. 청년세대는 자신이 낸 연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조차 불안해하고 있다. 김 이사장의 발언은 이런 불신을 더욱 키울 뿐이다.
지금이라도 김 이사장은 국민 노후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자신의 '오래된 꿈'이 정치판 복귀는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국민연금은 한 정치인이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발판이 아니다.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춘 인물이 맡아야 할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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