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호주 조선·방산 기업 '오스탈'을 인수하기 위해 '플랜B'를 가동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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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한화가 호주 조선·방산 기업 '오스탈'을 인수하기 위해 '플랜B'를 가동했다. 지난해 인수가 불발된 이후 6개월 만에 또 다른 묘수를 찾아 미국 함정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화는 지난 17일(현지시각) 호주증권거래소 장외거래를 통해 오스탈의 지분 9.9%를 직접 매수했다. 이와 함께 호주 현지 증권사를 통해 추가로 9.9% 지분에 대한 총수익스와프(TRS) 계약도 체결했다.
18일에는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에 오스탈에 대한 19.9% 지분 투자 관련 승인도 동시에 신청했다. 호주 상법상 해외 투자자가 지분 10%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선 FIRB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양사는 전날(17일) 호주 현지 자회사 'HAA No.1 PTY LTD'에 호주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통해 각각 227억원, 642억원을 투입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한화가 FIRB의 승인을 받을 경우 타타랑벤처스(17.09%)와 창업자인 존 로스웰 일가(7.64%) 등을 제치고 오스탈 최대주주에 올라선다.
한화는 이번 오스탈 지분 인수를 통해 글로벌 방위·조선 산업 호조 속에서 한국·호주 뿐 아니라 나아가 미국까지의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마이클 쿨터(Michael Coulter)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해외사업 총괄 담당 사장은 "오스탈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방위 및 조선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호주 현지 방위산업 및 해군 조선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는 지난 2021년부터 오스탈 인수에 공을 들였다. 2023년엔 한화오션이 인수를 추진하면서 인수가 10억2000만 호주달러(약 9300억원)를 제시했으나 지난해 이견차를 좁히지 못한 채 중단한 바 있다.
당시 오스탈 이사회는 "한화가 호주와 미국 당국의 승인을 얻지 못할 것"이라며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오스탈 인수를 위해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세 번의 명확한 제안을 하는 등 오스탈 이사회와 지속적인 협의를 진행해 왔다"면서 "하지만 오스탈은 전례가 없는 입장을 고수하며 한화와의 협의에 비협조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인수 절차에서 여러 변수가 발목을 잡자 한화는 직접 오스탈 지분 매입을 통해 '정공법'을 택했다. 전략적 투자 카드를 꺼내들 만큼 오스탈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가 오스탈 인수 '플랜B'를 재가동하는 이유는 미 해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조선업 부활을 위해 직접 '러브콜'을 보내며 협력을 요청하자 인수합병(M&A) 본능이 되살아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을 위한 선박법(Ships for America Act),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Ensuring Naval Readiness Act)이 발의되는 등 한국을 포함한 동맹과의 조선 산업 기반 확대 정책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 훈풍을 타고 글로벌 해양 방산 진출을 꾀하는 한화오션의 경우 오스탈이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해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오스탈은 미 해군의 4대 핵심 공급업체 중 하나로, 매출액의 80%는 미국 앨라배마 조선소를 통해 발생한다. 미국 내 소형 수상함·군수지원함 시장점유율 40~6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존 잠수함 등 대형 특수선에 더해 중소형 특수선으로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지난해 인수한 미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와 오스탈 앨라배마 조선소를 양축으로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다. 한화의 글로벌 상선 및 함정 분야에서 입증된 건조능력과 미 국방부 및 해군과의 단단한 네트워크에 오스탈의 시너지가 더해진다면 향후 수주 확대가 예상된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오스탈 지분 인수는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미국발(發) 특수선 사업에 대한 의지 표현"이라며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병행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줬다. 협상가인 트럼프 정권 아래에서 유화적인 제스처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김다정 기자 d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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