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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뜬소문과 가짜뉴스 [달곰한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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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가짜뉴스는 사회 전체를 뒤흔들어 매우 위험하다. 만드는 자, 퍼트리는 자, 엄호하는 자가 한 몸처럼 움직이며 세를 불린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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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얘기 들었어?” 유언비어는 이렇게 시작된다. 유언비어. 떠도는 소문 '유언'과, 근거 없는 말 '비어'가 만났다. 이 사람 저 사람 입에 오르내리며 근거도 없이 돌아다니는 뜬소문과 같은 말이다. 가짜뉴스는? 사회 전체를 뒤흔드는 거짓 정보라, 뜬소문 유언비어보다 위험하다. 만드는 자, 퍼트리는 자, 엄호하는 자가 한 몸처럼 움직인다. 생김새는 또 어떤가. 기사 형식에다 편집 옷까지 입었다. 마음만 먹으면 말짱한 사람, 기업, 조직을 단숨에 잡아먹는다. 하찮은 사람을 영웅으로 만들기도 한다. 가짜가 좋을 리 없지만, 대중을 선동해 진실을 먹어치우는 가짜뉴스는 정말 나쁘다.

    오래전 뜬소문이 날아다닌 곳은 빨래터, 우물가, 미용실, 이발소 등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이곳에서 수다로 마음의 갈증을 풀었다. 시집간 영실이 말엔 몽글몽글한 얘기들이 보태져 꽃이 피어났다. 그것도 잠시. 순돌이 아버지 바람난 이야기엔 이러쿵저러쿵 거짓이 들붙었다. 난생처음 해외여행을 간 순자 엄마는 ‘말 못 할 사연’을 안고 집 나가 죽은 사람이 되기도 했다. 발 없는 말들은 천 리를 달려 싸움을 일으키고, 때론 죽음도 불렀다.

    거짓말의 위력을 네 자로 표현하면 '삼인성호'다. 세 사람이 우기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옛말이다. 근거 없는 거짓말도 여러 사람이 하면 곧이듣게 된다는 뜻이다. 요즘, 진실을 덮으려는 거짓말, 헛된 생각이 만들어낸 거짓말 등이 마구 돌아다닌다.

    거짓말뿐이랴.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들도 날아다닌다. 구설이다. 입을 벌린 모양 ‘구(口)’와 입술 밖으로 혀가 나온 모양인 ‘설(舌)’로 이뤄졌다. 나쁜 일로 남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뜻한다. ‘구설에 오르다’ ‘구설을 듣다’로 쓰인다. 그런데 구설수에 오를 일은 절대 없다. ‘수(數)’는 운수, 운명을 이른다. 구설수는 말싸움을 하거나 헐뜯는 말을 듣게 될 운수다. 구설수는 ‘들다’ 혹은 ‘끼다’와 어울린다.

    좋은 일로 남들 입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주로 '왼손도 모르게'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이다. 이때 어울리는 말은 ‘회자’다. 육회와 구운 고기를 뜻하는 한자어로, 맛있는 고기를 먹듯이 칭찬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이른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흉악한 일을 꾸미는 혀에 넘어갈 수 있다." 최근 영국 노팅엄대가 내놓은 연구 결과다. 정신이 맑지 않으니 나쁜 목적으로 유포한 가짜 영상 등에 쉽게 빠져들 게다. 가짜뉴스, 난폭한 말이 춤을 추는 지금, 푹 주무시라. 그래야 거짓말과 참말을 구분할 수 있다.
    한국일보

    노경아 교열팀장 jsjy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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