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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정치계 막말과 단식

    전한길은 없었지만, '배신자'는 난무했다... 욕설과 비방에 찢긴 국힘 부산 연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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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입 금지된 전한길, 연설회장에 등장하지 않아
    조경태·안철수 "윤석열과 절연해야" 재차 강조
    김문수·장동혁 "내부총질 멈추고 이재명과 싸워야"
    '반탄파' 당원들, '찬탄파' 후보에게 "개XX" 욕설


    한국일보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가 열린 1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조경태(왼쪽부터), 장동혁, 안철수, 김문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합동연설회가 끝난 뒤 무대에 올라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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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한길은 없었지만, '배신자'는 난무했다.

    12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PK) 합동연설회에서 반탄파(탄핵 반대)와 찬탄파(탄핵 찬성)는 또다시 극한 충돌했다. 두 쪽으로 갈린 당원들은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당권주자들을 향해 서로 "배신자"라고 외치며 험한 욕설과 고성을 쏟아냈다. 당은 후보들끼리 상호 비방, 모함을 배격한다는 '공정 경쟁 준수 서약'까지 내걸었지만, 갈가리 찢긴 갈등을 봉합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 8일 대구·경북(TK) 연설회 당시 '배신자 난동' 사태로 전당대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며 출입금지를 당한 전한길씨는 행사장 밖에서 징계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분열을 부추겼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울경 합동연설회에서 관건은 전씨의 등장 여부였다. 부울경은 지난해 7·23 전당대회 기준 전체 선거인단 중 19.7%를 차지할 정도로 대구·경북에 이어 전통적 보수층이 많은 지역이다. 전씨를 지지하는 강성 당원들과 주변의 물리적 충돌이 강하게 우려되자, 행사장 입구에는 경찰 병력까지 빼곡하게 동원됐다. 당은 세 차례에 걸쳐 비표를 확인하는 등 철저한 보안조사를 거쳐 들여보냈다. 그러나 전씨는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유튜브로 현장 중계에 나섰다.

    전씨의 부재에도, 연설회장에는 전씨가 남긴 배신자 구호가 난무했다. '윤어게인'을 둘러싼 찬탄·반탄 주자들 입장은 극명하게 갈렸고, 지지자들은 상대 진영에 삿대질을 하며 "배신자" "닥쳐라" 등의 험악한 말들을 퍼부었다.

    특히 찬탄 진영 후보를 향한 공격이 극심했다. 조경태 의원이 단상에 오르자 반탄 진영 지지자들은 "개XX" 등 욕설을 내뱉으면서 3분가량 발표가 지연됐다.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원색적 비난과 욕을 하는 행위는 전당대회의 성숙한 모습에 맞지 않는다"며 자제를 촉구하고, 진행자가 퇴장 조치까지 경고했지만, 욕설과 고성은 한동안 멈추지 않았다.

    조 의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과 당원을 배신한 사람은 윤 전 대통령이다. 우리는 반드시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도 "'윤어게인'을 신봉하는 극단 세력에 빌붙어 표를 구걸하고 있다"며 "'친길(친전한길) 당대표, 윤어게인 당대표를 세우고 윤 전 대통령 부부 꽁무니만 붙잡고 있으면, 민주당이 파놓은 내란정당 늪에 빠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탄 진영 후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감싸면서 이재명 정부를 비판하는 데 열을 올렸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은 3개의 정치특검을 만들어서 윤 전 대통령을 구속하고 또 구치소에서 인권 탄압을 하고 있다"며 "내란특검에 동조하면서 우리 당을 내란동조 세력이라고 내부총질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당대표가 되면 이 대통령 재판 촉구 국민 서명 운동을 시작하겠다"거나 "이 대통령에 민주당을 해산할 것인지, 국민의힘을 해산할 것인지 끝장토론을 제안해 반드시 이기겠다"는 등 강성 당원 표심을 공략했다.

    장동혁 의원도 "당원이 내게 '언제까지 사과만 할 것이냐. 고개를 처박고 땅속에 들어가려고 하느냐'고 했다"며 "(이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이재명 정권을 멈춰 세워야 한다. 민주당을 해산시키고 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폈다.

    한편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이날 여의도연구원장직에서 사퇴하며 이번 전대에서 '혁신 후보'들을 공개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혁신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른바 '윤 어게인' 주장을 펼치는 전씨와 그를 엄호하는 반탄파 당권주자들을 향해 "정권에 이어 당까지 말아먹으려는 세력으로부터 당을 지켜내야 한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경선 중립 원칙을 준수해야 하는 연구원장직은 지금 내려놓고 혁신 후보들을 응원하고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hankookilbo.com
    부산=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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