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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MLB 메이저리그

    ‘팀 야구’의 교과서, 밀워키가 보여주는 승리 방정식 [이창섭의 MLB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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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밀워키 브루어스 선수들이 17일(한국시각) 신시내티 레즈를 꺾고 승리한 뒤 자축하는 모습. 신시내티/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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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워키 브루어스는 국내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팀이다. 하지만 현재 메이저리그(MLB)에서 잘 알아야 하는 팀이다. 메이저리그 승률 전체 1위(79승48패·승률 0.622)다. 유일하게 100승이 넘는 페이스다. 1969년에 창단한 밀워키는 100승 시즌을 만든 적이 없다.



    당초 밀워키는 우승 후보로 평가되지 않았다. 지난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뤘지만, 올해는 전력 누수의 벽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팬그래프’에서 측정한 올해 밀워키의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은 35.4%에 불과했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시즌 중반까지도 지구 선두 시카고 컵스를 뒤쫓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7월 11연승에 이어, 8월에도 14연승을 질주했다. 두 번의 11연승 이상 구간 동안 밀워키의 성적은 30승5패로 승률이 8할(0.857)에 달했다. 같은 기간 리그 2위 샌디에이고의 승률은 6할도 되지 않았다.



    올해 밀워키는 놀랍게도 타선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주포 윌리 아다메스의 공백이 무색한 상황이다. 경기 당 평균 득점이 5.14점으로 전체 3위다. 팀 홈런은 리그 평균보다 적은 135개지만, 팀 타율이 0.258로 리그 1위, 전체 2위에 올라있다.



    밀워키 공격의 핵심은 ‘협공’이다. 밀워키는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팀의 리더, 크리스찬 옐리치도 “우리 팀만의 방식이 있고, 모든 선수가 그 방식을 따른다”고 설명했다. 이에 밀워키는 타선의 떨어진 파괴력을 정확한 타격과 다양한 작전으로 보완하고 있다. 희생 번트 전체 최다 5위(22회), 희생뜬공 최다 7위(39회) 팀이다. 개인 기록을 앞세우지 않고, 팀의 득점을 최우선으로 한다.



    득점 제조에 능한 팀은 ‘지키는 야구’가 기반이 돼야 한다. 최소한의 점수만 짜내도 승리를 가져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마운드와 수비가 중요하다. 밀워키는 마운드와 수비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선발 평균자책점(3.43)은 전체 2위, 불펜 평균자책점(3.78)은 전체 9위를 지키고 있다. 마무리 데빈 윌리엄스의 공백이 클 것으로 보였지만, 새롭게 마무리를 맡은 트레버 메길이 뛰어난 성적(29세이브·평균자책점 2.09)을 거두고 있다.



    수비도 각종 지표에서 상위권이다. 실점 방지를 의미하는 디펜시브 런즈 세이브드(Defensive Runs Saved·DRS)는 +40으로 전체 5위, 평균 대비 아웃카운트 처리를 뜻하는 아웃츠 어버브 애버리지(Outs Above Average·OAA)도 +32로 전체 2위다. 필요한 점수만 뽑아도 승리할 수 있는 팀이, 최근 많은 득점에 성공하면서 더 쉽게 승리하고 있다.



    밀워키 상승세의 또 다른 원동력은 ‘합심’이다. 모두가 한마음, 한 뜻이다. 그 분위기를 주도하는 인물이 팻 머피(66) 감독이다.



    대학 리그에서 유명했던 머피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밀워키를 이끌고 있다. 특유의 카리스마로 젊은 선수들을 잘 통솔하고 있다. 이 지도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감독상을 받았다. 머피 감독은 대학팀을 지도 관리할 때도 젊은 선수들과 ‘밀당’을 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잘한 부분은 크게 칭찬한 반면, 고쳐야 할 부분은 빨리 바로 잡았다. 올해도 유격수 조이 오티스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자, 곧바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시켰다. 머피 감독은 선수뿐만 아니라 코치와 구단 직원들에게도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 밀워키가 잘 나갈 때도 긴장감을 유지한 배경이었다.



    밀워키의 야구는 도시 시민들도 하나 되어 응원한다. 이번 달 밀워키는 위스콘신 주에 발생한 홍수 피해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에 선수들은 야구로 시민들을 위로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 과정에서 지역 레스토랑 ‘조지 웹’은 밀워키의 연승을 축하하기 위해 무료 햄버거를 제공했다. 무엇보다, 올해는 ‘전설적인 캐스터’ 밥 유커가 세상을 떠난 뒤 처음으로 맞이하는 시즌이다. 옐리치를 비롯해 모든 구단 관계자들의 다짐이 남다르다. 반드시 월드시리즈 첫 우승을 유커의 영전에 바치겠다는 각오다.



    밀워키는 야구가 ‘팀 스포츠’라는 가치를 각인시켜주고 있다. 혼자일 때보다 함께일 때 더 빛나는 팀이 바로 올해 밀워키다. 많은 사람이 외면했던 팀이, 이제는 많은 사람의 응원을 받고 있다.



    이창섭 SPOTV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pbbl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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