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6 (금)

    이슈 가상화폐의 미래

    "범죄 악용되는 스테이블코인 … 자본유출 통로될 우려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통화정책국장(사진)이 21일 달러가 아닌 자국 통화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 "자본 유출의 통로를 터주고 기존 외환 거래 규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신 국장은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에서 "자국 통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더라도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지속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신 국장이 원화 등 자국 통화 스테이블코인의 부작용을 우려한 것은 미국 달러화의 절대적 지위 때문이다.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의 99%가 미 달러화 표시다.

    신 국장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는 글로벌 경제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지배적 역할과 네트워크 효과에 기인한다"며 "자국 통화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을 통해 달러 표시 가상자산과 맞교환함으로써 자본 유출의 통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정치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해 통화 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스테이블코인법 제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완전히 상반되는 주장이 나온 셈이다. 신 국장은 규제에서 자유로운 스테이블코인이 범죄에 상당 부분 악용되고 있는 현실도 우려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국경 간 거래가 최소 연 1조6000억달러로 추정되고, 그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특성 때문에 금융범죄와 자본 유출입 통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블록체인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이미 금융범죄, 사기, 자금 세탁 등 가상자산을 이용한 범죄 행위에 사용된 규모에서 스테이블코인이 2022년부터 비트코인을 추월했고, 현재 가상자산 이용 전체 범죄의 약 63%를 차지한다.

    신 국장은 특히 "환율 변동성이 높고 자본 유출에 취약한 나라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통화 주권과 금융 질서에 대한 위험 요소를 제공한다"며 "외환거래법이나 제도적 장치가 있는 나라라도 불법 스테이블코인 거래를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신 국장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맞춤형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블록체인이 코인이 거쳐 간 지갑의 이력을 기록하는 특성을 활용해 해당 스테이블코인이 얼마나 합법적으로 사용됐는지 점수를 매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신 국장은 "스테이블코인이 통과한 지갑의 이력을 추적해 '합법적 사용 점수'를 계산할 수 있다"며 "과거 불법 거래 기록이 있는 지갑에서 나온 스테이블코인은 다른 코인보다 헐값에 거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서로를 견제함으로써 불법 거래에 관한 '주의의 의무'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전경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