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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한미연합과 주한미군

    미군감축·방위비 놔두고…대뜸 '주한미군 땅' 꺼낸 트럼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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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 경기 평택의 주한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 내 미8군 사령부 상황실에서 기념촬영하며 빈센트 브룩사 한미연합사령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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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규모 군사 기지가 있는 (한국)땅의 소유권(ownership)을 얻을 수 있는지 알고 싶다.”

    ‘한국=방위비 인상 대상’이란 인식은 여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전 정부의 방위비 분담금(SMA) 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돌연 주한미군 기지 부지의 소유권 이전 문제를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에도 한국을 향해 “사실상 공짜로 군대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이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 7000억원)는 내야 한다” 등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해왔는데, 처음으로 방위비 문제를 미군 기지의 소유권과 연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주한미군의 감축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한국에는 4만 명이 넘는 (미군)병력이 있다”면서 “아다시피 내 첫 임기 때 한국은 주둔 비용을 내기로 합의했지만, 바이든이 들어오고 나서 방위비를 지불하지 않기로 했고 수십 억 달러를 포기했다”고 답변했다.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 등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질의였는데, 전임 정부의 SMA 협상을 끌어들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차 “우리는 수십 억 달러를 받고 있었지만 바이든이 어떤 이유로 이를 끝냈다.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그들(한국)은 ‘우리는 미국에 땅을 제공했다’고 말했지만, 나는 ‘아니오. 당신들은 땅을 주지 않았고 우리에게 빌려준 것(lease)’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빌려주는 것과 주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면서 이 대통령을 향해 “내가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는 한국에게 우리가 큰 요새(fort)를 가지고 있는 땅의 소유권을 달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도 기여를 했지만, 우리는 요새를 짓는 데 많은 돈을 썼다”며 “대규모 군사 기지가 있는 부지의 임차권을 없애고 소유권을 얻을 수 있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맥락 상 이는 SMA를 재협상해 방위비를 올릴 수 없다면, 땅으로라도 받아내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본업'에 맞게 수지 타산이 맞으려면 소유권을 넘겨 받아야 한다는 식의 인식을 보인 셈이다. 이는 곧 분담금을 더 낼 수 없다면, 주한미군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암시도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대규모 군사 기지가 있는 부지’란 경기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1기 행정부 때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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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캠프 험프리스를 포함한 주한미군 부지는 한국 정부가 소유하되 미 측에 무상으로 임대하는 형식이다. 일반 부동산 임대차 계약처럼 미국이 임차료를 지불하고 한국이 수익을 거두는 형태가 아니란 얘기다. 주일·주필리핀 미군기지도 부지의 소유권을 완전히 넘기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의 영토 주권 침해 논란으로 이아질 수 있다.

    이는 한·미 간 조약이나 협정에 위배될 소지도 크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한·미가 상호 합의에 따라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권리에 대해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許與, 허락)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4조)고 돼 있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도 미국은 자국군의 주둔을 위한 한국 내 시설·구역의 사용을 ‘공여 받고(granted)’(2조), 한국은 모든 시설·구역 및 통행권을 ‘제공(furnish)할 것’(5조)이라고 규정한다. 이에 더해 한국은 SMA로 미군 주둔 비용 분담액을 꾸준히 늘려왔다.

    이와 별개로 미국 정부로 주한미군 기지의 소유권이 넘어간다면, 미국이 대중 전초 기지 성격으로 용도를 변경하는 등 원하는 대로 처분하는 것이 보다 유용해진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체계 등 미 측이 원하는 장비 반입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반입 가능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즉흥적으로 나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예단할 순 없지만, 트럼프는 미 국방부 등 부처 수준에서 요구해온 ‘동맹의 현대화’에 관해 관심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 만큼 언급이 사실상 없었다”면서 “1기 때처럼 실무 부처와 정상 간 인식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주한미군 역할 변경에 대한 미 정부의 방향성 자체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게 배경일 수도 있다. 미 국방부는 현재 국가방위전략(NDS)을 비롯해 해외 주둔군의 재조정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전략적 유연성을 비롯한 ‘안보 청구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감축 문제와 관련해 모두발언에서 “지금은 그런 말을 하고 싶지 않다“면서 “우리는 친구였고 지금도 친구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진 비공개 회담에서도 주한미군의 감축 문제나 방위비 문제를 꺼내지 않았다. 국방비 증액도 이 대통령의 면전에서 압박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결특위에서 트럼프의 주한미군 기지 소유권 이전 발언과 관련해 “(주한미군 기지는)SOFA 규정에 의해서 잠시 사용하는 것 뿐이지 이전 요구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트럼프 입장에서 전략·전술 차원에서 다른 것을 요구하려고 그런 말을 꺼냈을 수는 있으나, 현실의 세계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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