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HD현대重·현대미포 통합법인 출범
2035년 방산 매출 10조·총매출 37조 목표
10년간 방산 부문 연평균 성장률 21% 예상
세계 수요 급증…합병으로 방산 도크 확대
HD현대가 사업재편의 일환으로 조선 자회사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합병을 전격 발표했다. 사진은 HD현대중공업(위)·HD현대미포(아래) 야드 모습 [HD현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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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가 조선 자회사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합병을 전격 발표했다. 미국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기회 선점과 세계 방산 시장 주도권을 잡으려는 포석이다. 통합 법인이 새롭게 출범하면 조선업의 ‘규모 경쟁’에서 우위를 강화하는 한편, 방산·상선·해외 투자를 아우르는 전환점을 맞게 된다. 회사 측은 “급변하는 글로벌 조선업 환경과 K-방산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재편”이라고 밝혔다.
▶‘덩치 키우기’로 방산·상선 두 마리 토끼=이번 합병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미국 마스가 프로젝트가 꼽힌다. 한국은 이 프로젝트에 1500억달러(약 210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며, 이를 계기로 우리 조선업계의 미 함정 시장 진출이 탄력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는 마스가 프로젝트와 관련해 ▷미국 조선소와의 공동 건조 협력 ▷미 해군 신조 및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확대 ▷미국 내 법인 설립 추진을 통해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는 27일 양사 합병 관련 컨퍼런스콜에서 “미국의 조선 역량 한계와 ‘마스가(Make America’s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 타결 이후 협력 요청이 급증하고 있다”며 “K-방산 수요 확대와 상선 시장 점유율 탈환이 동시에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합병을 통해 2035년 매출 37조원, 방산 매출 10조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매출 목표치를 감안할 때 2024년부터 2035년까지 사업부문별 연평균 성장률(CAGR)은 방산 21%, 해양·에너지 13%, 상선 4%, 엔진 3% 수준으로 예상된다.
현재 HD현대중공업의 방산 전용 도크는 국내 함정 수요 대응만으로 이미 풀(full) 캐파로 가동 중이다. 상선 도크 역시 포화 상태여서, 이번 합병은 사실상 ‘도크 증설’ 효과를 갖는다. 특히 HD현대미포는 중소형 도크와 특수선 건조 설비를 보유하고 있어 시너지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미포는 연간 70척 건조 역량을 갖췄지만 최근 실적은 45척 수준에 머물러 있다.
회사 관계자는 “HD현대미포의 4개 도크 중 2개를 특수선·방산 전용으로 전환할 계획”이라며 “미국향 방산 물량뿐 아니라 글로벌 함정 수요도 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재는 미국의 ‘존스법’, ‘반스-톨레프슨법’ 등 규제로 국내에서 신조를 하지 못하지만, 양국 협력 기조가 지속되면 한국이 규제 예외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합병은 이런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합병으로 신기술 개발 역량을 모을 수 있단 점도 주목된다. 최근 조선산업에선 다양한 친환경 연료 기술 확보와 신기술 선점이 관건으로 꼽힌다. 이에 전기 추진·자율운항 시스템 등 신기술을 중·소형선에 먼저 적용하고 향후 대형선에 확장할 수 있으며, 중·소형선과 대형선 간 연구 개발 역량은 결집해 신선종 시장을 선도한다는 구상이다.
▶해외 야드 확장 속도…투자 법인 신설=통합 법인 출범과 함께, 그간 각사에 분산됐던 해외 야드 개발 역량도 한데 모은다. 합병 이후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은 싱가포르 투자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동남아 내 사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최적화된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운영 중인 HD현대베트남조선, HD현대중공업필리핀, HD현대비나(가칭·현 두산비나)를 관리하며 신규 사업장 발굴과 해외 사업 협력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를 통해 경쟁력 있는 해외 야드 확보로 한국이 꽉 쥐고 있는 고부가 가치선은 물론, 탱커선·가스선·벌크선·컨테이너선 등 중국에 잃었던 시장을 탈환해 전 상선에 대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조선사에 밀려 고전한 상선 분야에서 점유율을 회복하려면 해외 거점 개발이 필수”라며 “그간 개별적으로 운영해온 해외 사업을 통합 관리해 투자 의사결정을 신속히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투자 지분은 향후 HD한국조선해양 60%, 통합 HD현대중공업 40%로 배분될 예정이다.
▶경쟁 구도 심화…‘공룡 조선소’로 돌파=특히 이번 합병은 단순한 몸집 키우기 차원을 넘어선다. 방산과 상선, 해외 투자를 아우르는 ‘글로벌 초격차’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미 중국은 초대형 조선사 합병을 통해 세계 1위 굳히기에 나섰고, 일본 역시 대규모 민관기금을 조성하며 수십년 만의 조선업 재건에 나선 상황이다. 이런 국제 경쟁 구도에서 HD현대의 합병은 한국 조선업계의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마스가 프로젝트 등 한미 조선 협력을 계기로 국내 경쟁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화는 필라델피아 조선소에 50억달러 추가 투자를 발표했고, 삼성중공업은 미 해군 MRO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는 국내 도크 확충과 해외 야드 통합을 동시에 추진하며 공룡 조선소 출범으로 한발 앞서 나간다는 구상이다. 고은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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