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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종합] ‘보이스피싱, 기업책임 강화’ 칼빼든 정부…금융·통신사에 던진 경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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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정부가 국내 통신사 및 금융사에 대한 보이스피싱 범죄 근절 책임 의무를 강화한다. 정부는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와 피해액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따라 범부처 대응책을 강화하는 한편, 기업에게는 규제를 강화해 관련 대책 마련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기업의 자체적인 보이스피싱 대책은 아직 미비하다는 것이 정부 측 판단이다. 이에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정지’ ‘등록취소’ 등 제재는 물론, 보이스피싱 배상액 전부를 기업이 충당하는 규제 수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규제에 대한 수위가 높은 만큼 기업과 면밀한 논의를 거쳐야 할 부분도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책임 범위와 규제 기준이 불분명할 경우, 민관 협력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기업에게 과도한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관련해 정부에서는 면밀한 구체화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기업을 설득하는데 집중하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28일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서울정부청사 본관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 브리핑에서 “앞으로는 보이스피싱이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금융기관·통신사가 함께 움직여 신속히 전화번호 차단, 계좌 지급 정지와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며 “언제, 어디서든 국민 누구나 피해를 당하거나 의심될 때 바로 신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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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중차단, AI 도입…24시간 통합대응단 확대신설

    먼저, 정부는 보이스피싱 원천 차단을 위해 3중 대응책을 마련한다. 앞으로는 이용자 휴대전화에 악성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설치되지 않도록 ‘문자사업자–이통사–개별 단말기’에 이르는 3중 차단체계를 구축한다. 문자사업자를 대상으로는 ʻ악성 문자 탐지·차단 시스템(X-ray)ʼ을 거치도록 의무화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악성 문자전송을 1차 차단한다.

    이동통신사는 X-ray가 탐지하지 못한 문자나 개인이 보낸 악성 문자는 2단계로 이통사가 문자에 포함된 URL 접속을 차단하거나, 전화번호 위변조 여부를 확인해 수신을 차단한다. 이용자 개별 단말기에는 1·2차 단계에서 차단하지 못한 문자나 SNS 등 피싱 문자를 스마트폰 제조사와 협력해 개별 휴대전화(2015년 이후 출시된 구형폰 포함)의 ʻ악성앱 설치 자동방지 기능ʼ을 통해 차단한다.

    윤 실장은 “스팸 문자에 숨어 있는 악성 앱이 휴대폰에 깔리지 않도록 문자 발송 단계, 통신망 단계, 휴대폰 단말기 단계에서 3번 걸러내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며 “지금까지는 불법 전화번호 차단까지 평균 2~3일이 걸렸지만 앞으로는 긴급차단 제도를 통해서 10분 안에 막겠다”고 말했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 불법행위 의심 번호나 범죄가 명확한 번호들을 통신사하고 협조해 차단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사업자별로 한 달에 한 번씩 업데이트를 통해 번호 이동을 관리하는 식”이라며 “이에 따라 차단 업무가 지연되는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이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를 해서 경찰이나 수사기관 요청이 있으면 즉시 차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차단 기술도 도입된다. 현재 금융회사별로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활용한 범죄 의심계좌를 탐지해 지급정지 조치를 하고 있으나, 금융회사·통신사·수사기관 간 원활한 정보공유가 이뤄지지 않고 제한된 범죄사례를 바탕으로 개별 금융회사가 자체 패턴분석 등에 의존하면서, 효과적인 사전탐지·차단을 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 정부 분석이다.

    보이스피싱과 관련된 금융·통신・수사 등 전 분야 정보를 한데 모아 AI 패턴분석 등을 통해 범죄 의심계좌를 파악하고,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해당 계좌를 사전에 지급 정지하는 ‘(가칭)보이스피싱 AI 플랫폼’을 구축한다.

    윤 실장은 “AI가 수상한 패턴을 미리 찾아내고, 휴대폰에서도 자동으로 경고 메시지를 띄워서 국민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정부·금융권·통신사가 정보를 한 데 모아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같은 대응책을 총괄하는 사령탑으로 ‘보이스피싱 통합대응단’을 내세웠다. 기존 통합신고대응센터 인원을 확대하고 역할을 강화해 유기적인 대응책 강화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통합대응단의 단장은 경찰청의 치안감급이 맡을 예정이며, 9월 말에는 137명이 근무하는 통합대응단 개소식을 할 계획”이라며 “9월 중순쯤부터 경찰에서 인력을 2배 정도로 보강 해 24시간 상담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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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제재, 세밀한 접근 필요…정부 “구체화 과정에서 면밀히 살피겠다”

    정부 차원 대응책 강화와 더불어 기업 대상 규제도 강화한다. 보이스피싱 범죄 과정에서 금융사와 통신사들이 범죄 수단으로 활용되는 만큼, 관련 업계에도 근절 책임과 의무를 부여하겠다는 계획이다.

    먼저 통신사에게는 범죄예방 의무 및 제재를 강화한다. 대리점·판매점은 이통사 통신서비스를 위탁 판매하고 있으나, 이통사 관리책임이 미흡해 일부 대리점·판매점에서 고의적으로 부정개통을 시도할 경우에도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류 차관은 “부정 개통과 관련해 지금 이동통신사들에 대한 제재 수단은 전기통신사업법상 본인확인 의무를 부과하는 정도 권한이 있다”며 “그런 정도로는 부족할 것 같아 구체적인 법적인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저희가 사업법을 개정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휴대폰 불법개통에 대한 이통사(알뜰폰사 포함)의 관리책임이 대폭 강화된다. 이통사는 휴대전화 개통 이상 징후(특정 대리점·판매점에서 외국인 가입자 급증 등) 기준을 마련하고, 대리점․판매점을 지속 모니터링 하면서 이상징후 발견 시 과기정통부에 신고해야 한다.

    이통사의 관리의무 소홀로 휴대전화 불법개통이 다수 발생할 경우, 정부는 해당 이통사에 대해 등록취소나 영업정지 등 강력한 제재를 부과할 계획이다.

    류 차관은 “이통사뿐 아니라 알뜰폰사들도 등록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진입장벽이 낮아서 영세한 알뜰폰사들이 난립해 있는 그런 구조”라며 “영세 알뜰폰사에서 발생하는 대포폰 문제들을 방지를 하기 위해 진입 요건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사에 대해서는 범죄 피해방지 및 배상 책임을 강화할 예정이다. 금융회사 등 보이스피싱 예방에 책임있는 주체가 피해액 일부 또는 전부를 배상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 기업의 범죄예방 노력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영국·싱가포르 등 보이스피싱 피해에 대한 금융회사의 무과실책임을 인정하는 해외국가사례를 참고해 제도개선 방안을 구체화한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어떤 금융거래를 안전하게 해야 되는 책무는 당연히 금융회사들이 가지고 있는데, (예방책 마련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라며 “금융회사 스스로 인적·물적 시스템을 좀 더 보강하게끔 유도할 생각이다. 이행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령에 포괄적인 근거를 두고 하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제재 수위가 높아지는 만큼, 관련해 면밀한 민관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에도 공감했다. 특히 제재 기준과 범위 등에 대한 논의가 정확히 없을 경우 자칫 과도한 규제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컨대 불법 활용 번호 즉각 차단 조치 경우, 허위 신고 등에 따른 오 차단 문제 등이 발생할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권 부위원장은 “(배상책임 강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금융회사의 수용성 등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이며, (허위 보이스피싱 번호 신고 등) 도덕적 해이 문제 등을 감안해 균형 있게 해서 저희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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