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조선중앙통신ㆍ로이터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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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 전승절(戰勝節·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대회) 행사에 참석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는 모두 '최초'로 기록될 전망이다. 제한적인 환경에서의 정상외교 경험만 있는 그가 다자 무대에 등장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전통적인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 외에도 캄보디아, 베트남 등 모두 25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이번 행사를 통해 향후 북한의 외교 노선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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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애도 함께 성루 오르나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건 김정은이 딸 주애와 동행할지 여부다. 정보당국도 2022년 11월 처음 등장한 이후 활동폭이 넓어지고 있는 주애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주애가 김정은 및 수십개국의 정상 및 고위급 인사들과 나란히 천안문(天安門) 성루에 오를 경우 '백두혈통'을 잇는 후계자로 한번에 인정받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주애를 대동한다면 공식 외교무대에서 의미심장한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4대 세습을 염두에 둔 후계 구도에서도 주애가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정은은 2018~2019년 4차례 중국 방문길 중에서 3차례 부인 이설주를 대동했다. 이설주가 동행하지 않은 2018년 5월 다롄 외곽 휴양지 방추이다오(棒槌島) 방문 당시에는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배석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환담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5월 중국 다롄에서 회동을 진행하는 모습. 중국CCTV 캡쳐,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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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이번 방중에 이설주가 동행하지 않고 주애가 간다면 주애가 정상외교의 일부를 담당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미 국내 일정에서도 김정은이 주애를 대동할 경우 이설주와 김여정은 한발 물러서 뒤에서 따르는 듯한 모습이 수차례 확인됐다.
각국 정상들이 2015년 9월 3일 오전 중국 베이징 톈안먼에서 열린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열병식을 관람하고 있다. 성루에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셋째 아들인 니콜라이 루카셴코(적색원)가 포착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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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브뎀' 된 최고존엄 표정은
김정은의 '톤 앤 매너'(tone and manner·어조와 태도)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양한 계기에 다른 국가 정상들과 자연스럽게 친교하고 녹아든다면 향후 외교적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의전 실수가 발생하거나 어색한 '초짜'의 모습을 보인다면 고립된 국가의 독재자 이미지가 한층 더 강해지면서 웃음거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북한 매체들의 보도도 제한적으로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이 이번 행사 참석을 통해 끌어낼 수 있는 가장 큰 외교적 성과는 북·중·러 연대의 공고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시진핑과의 양자 정상회담도 메인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북·러 간 '불량 동맹'과의 거리 두기로 소원해진 북·중 혈맹 관계가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전방위 밀착을 이어가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올해 초 정상회의 관련 언급을 내놨던 루카셴코와 양자 정상회담을 하거나 북·중·러 3자 정상회의가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19년 6월 20일 북한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CCTV 유튜브 캡처,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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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자신들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던 만큼 최고 존엄의 영상(이미지)에 생채기가 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을 것"이라며 "참석국가 정상들과의 순조로운 아이스 브레이킹에 성공한다면 향후 다자 계기 정상외교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中, 시진핑 옆자리 세울까
중국이 김정은에 제공할 의전의 수준은 향후 북·중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전망이다. 중국은 2015년 전승 70주년 열병식 당시 시진핑 왼쪽에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과 같은 내빈을, 오른쪽에 푸틴·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외빈을 배치했다. 가장 상석을 푸틴에, 그 옆을 박 대통령에 내줘 예우를 갖춘 것이다.
이번 행사에서도 시진핑의 오른쪽에 푸틴·김정은이 차례로 서거나 양 옆에 두 사람이 설 가능성이 있다. 북·중·러 정상이 나란히 서는 건 그 자체로 3국 협력의 수준을 과시하는 장면이 될 수 있다.
2015년 9월 3일 오전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항일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열병식을 참관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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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각에선 중국이 스스로 규정한 '책임 있는 대국'(負責任的大國)이란 위상에 따라 한·미·일에 대응하는 수준으로 북·중·러의 밀착을 강조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오는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큰데, 시진핑이 이를 의식해서라도 수위 조절에 나설 수 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1일 김정은이 전날 새로운 중요 군수기업소의 미사일 종합생산라인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미사일 생산 부문에서는 당 제9차 대회가 새롭게 제시하는 목표들을 무조건 접수하고 원만히 관철할 수 있게 철저히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며 "3건의 새로운 미사일 생산능력 전망계획과 그에 따르는 국방비 지출안을 비준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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