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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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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한계 시험해 보고파"… 파리오페라발레 제1무용수 강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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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차상위 등급 승급
    에투알 박세은 이어 한국인 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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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오페라발레단 '돈키호테'의 키트리를 연기하는 강호현. ©Yonathan Kell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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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춤을 추게 해 주겠다."

    지난 1월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한국인 발레리나 강호현(29)은 '잠자는 숲속의 미녀' 주역 오로라의 언더스터디(대체 캐스트)로 리허설 중, 호세 마르티네스 예술감독의 호출을 받았다. 리허설 장소인 오페라 바스티유에서 도보 30분 거리의 오페라 가르니에 예술감독 사무실로 달려간 그는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3월 개막하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 무대에 정식 주역으로 오르며, 발레단의 차상위 등급인 프리미에르 당쇠즈(제1무용수)로 승급한다는 통보였다. 프리미에르 당쇠즈는 언제든 에투알(수석무용수)로 지명될 수 있는 자리로, 한국인으로는 에투알 박세은에 이은 두 번째 기록이다.

    최근 휴가차 일시 귀국한 강호현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강호현은 "승급은 당장 뭐가 달라지는 게 아니니까 그 순간만큼은 주역으로 무대에 서게 된다는 게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언더스터디가 무대에 한 번도 오르지 못하는 경우도 흔한데, 기회를 얻은 만큼 잘 완성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제일 컸다"며 "쉬제(솔리스트) 때와 달리 군무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체력 안배가 가능해진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했다. 이번 승급은 매년 11월 열리는 정기 오디션이 아닌 마르티네스 감독 재량으로 이뤄진 특별한 결정이었다.

    강호현은 2017년 준단원으로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입단하기 전까지 한국에서 두각을 나타낸 스타 무용수는 아니었다. 그는 "개개인의 특색을 존중해 주는 발레단 특성상 파리에 온 후로 '네 춤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계신 부모님은 나의 존재만으로 기뻐하셔서 가족도 나도 승급으로 달라진 건 없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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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짐자는 숲속의 미녀'의 강호현. 파리오페라발레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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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연습 중인 강호현. ⓒAgathe Poupe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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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줍은 소녀에게 소통 수단이었던 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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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리나 강호현. 레브당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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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줍음이 많아 유치원도 다니지 못했던 강호현에게 수영을 배우는 언니를 따라갔던 스포츠센터에서 처음 접한 발레는 말보다 깊은 소통의 수단이었다. 그는 예원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했지만 평범한 학생이었고, 파리오페라발레단 입단 오디션도 큰 기대 없이 지원했다. 결과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파리 관광을 하다 박세은의 연락으로 합격 사실을 알게 됐을 정도다.

    강호현은 "여러 가지 인생을 살 수 있어 발레가 재미있다"며 "끼가 많다고 생각해 보지 않았고 발레리나가 꼭 돼야 한다는 마음도 없었지만 그냥 좋아서 춤을 추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밝혔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조바심을 내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는 "내 스타일과 내 인생이 있기 때문에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찾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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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오페라발레단 프리미에르 당쇠즈 강호현이 에투알 폴 마르크와 '마이얼링'에서 열연하고 있다. ©Ann 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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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오페라발레단 프리미에르 당쇠즈 강호현이 '마이얼링'에서 열연하고 있다. ⓒ Maria-Helena Buck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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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호현은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돈키호테' 등 고전 발레에서 주역을 맡았고, 코리페(군무 리더) 시절에 케네스 맥밀란의 발레 ‘마이얼링’ 여주인공 마리 베체라 역으로 발탁되는 등 드라마 발레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윌리엄 포사이스가 파리오페라발레단을 위해 만든 작품 '블레이크 워크 1'에 출연할 무용수 중 한 명으로 강호현을 직접 발탁하는 등 고전과 드라마뿐 아니라 모던 발레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활약하고 있다.

    앞으로의 꿈은 더 많은 한계를 경험해 보는 것, 그 한계를 통해 더 배우고 나아가는 것이다. 강호현은 "지금도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제가 에투알이 되고 싶다면 그런 이유일 거예요. 언제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 끝까지 가 보고 싶습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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