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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김정은, 경주 APEC 참석?…외교사령탑 "그럴 일 없어" 기대감 낮추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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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300]APEC 정상회의 계기,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 "현재로선 매우 낮아"

    머니투데이

    [서울=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0일 함경남도 낙원군에 세워진 대규모 바다 양식기지인 낙원군바닷가양식사업소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31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 2025.08.31.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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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 외교부 장관과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일제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가능성이 낮다는 취지로 공개 발언했다. 다자외교 무대를 꺼리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김 위원장의 방한이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국내외 반발 여론 등에 대비하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현 장관은 지난달 31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선 매우 낮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위성락 실장도 KBS 라디오 '정관용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정부가 공식으로 김 위원장을 APEC에 초청할 의사가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런 일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며 "(김 위원장 참석에 대해) 기대치를 너무 부풀리거나 가능성을 띄우는 발언을 하기는 조심스럽다"고 답했다.

    두 명의 외교사령탑이 모두 현실적으로 김 위원장의 APEC 정상회의 참석은 어려우며, 이를 계기로 한 북미 정상회담 역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힌 셈이다.

    우선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반응으로 보인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견지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문재인 정부 당시 김 위원장이 남북·북미 대화에 나선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국제 정세와 북한의 바뀐 기조에 따른 판단이다. 당시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대화 의지와 중국의 협조적 태도가 뒷받침됐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훨씬 어려운 환경 속에서 북한을 마주하고 있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 선언, 북러 밀착, 미중 갈등 격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북한의 국제사회 활동 확대 가능성을 완전히 내려놓지 않고, 여러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김 위원장이 오는 3일 중국 베이징(북경)에서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함으로써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하는 것과 관련해 "어떤 측면에서 북한이 국제사회로 나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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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이 백악관 입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접을 받은 후 이동하고 있다.2025.08.31.(백악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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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울러 '선(先) 북미 대화' 기조에 따라 한국은 한발 물러선 보조자 역할을 우선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우선한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미국을 앞세워 북한의 반응을 끌어내겠다는 생각을 두 수장이 공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지난달 29일 정부서울청사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미국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선 북미가 중요하다"며 "우리가 선 북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미국과는 직접 대화하면서도 한국은 배제하는 전략을 여전히 취하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7월29일 "나는 우리 국가 수반과 현 미국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20일에는 이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명백히 하지만 한국은 우리 국가의 외교상대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의 방한과 북미 정상회담, 나아가 남북 정상회담까지 이뤄질 수 있다는 과도한 기대감을 억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대감이 커지는 만큼 북미 회담 등이 실패할 경우 부정 여론의 후폭풍이 강하게 몰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국민들에겐 과도한 기대가 오히려 후폭풍 같은 걸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로서는 오히려 실현 방도 등을 잘 찾아 나가는 신중하지만, 전략적인 모색이 굉장히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정부가 실무차원의 물밑작업 등)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대북 유화책을 지속 전개하고 있다. 국방부는 1일 북한을 향해 송출하던 '자유의 소리' 라디오 방송을 전격 중단했다고 문자 공지했다. 군은 2010년 5월 북한의 천안함 피격사건을 계기로 재개된 자유의 소리 방송을 약 15년 만에 중단한 것이다. 자유의 소리는 국군심리전단이 심리전 차원에서 제작해 송출해온 라디오 방송이다.

    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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