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캐리커처' (사진=창비 제공) 2025.09.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반면 이 동네 애들은 모두 '진짜' 한국인이고, 아빠들은 죄다 근사한 사무실에서 일하고, 집은 언제나 아파트다. 여기에 몇 번을 오더라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승윤 형이 돌연 낯설어졌다. 그러나 돌아보면 이 낯선 감각은 처음부터 내 안에 있었다."
이민 2세대 청소년이 겪는 정체성 혼란과 차별을 소설로 풀어낸 단요 작가의 책 '캐리커처'가 출간됐다.
소설은 스리랑카 출신 어머니를 둔 고등학생 '주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현은 한국에서 태어난 이민 2세대다. 늘 한국인이라고 자신을 인지하고,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성격과 태도로 학교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다. 이런 일상을 보내던 중 호주 유학에서 돌아온 오랜 친구 '승윤'을 보면서 정체성에 의문을 갖는다.
호주, 스리랑카 두 국가 모두 한국에서 타지(他地)지만 친구들이 둘을 바라보는 시선이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호주는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스리랑카는 그렇지 않다.
주현은 승윤의 부모님 도움으로 강남 대치동 학원에서 주말 강의를 들으면서 이런 감정을 재차 경험한다. 주현이 다니는 학교 주변에는 이민 2세대가 종종 보였지만 이곳 대치동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현은 이들을 '진짜 한국인'이라고 표현한다.
또 승윤이 다른 이민 2세대 친구 '요한'을 이름 대신 '동남아'로 표현하는 것에 주현은 불편함을 느끼지만, 승윤 덕분에 대치동 강의를 듣고 있어 침묵한다. 그리고 과거 승윤이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너랑 똑같은 거 같아?"라고 한 말을 곱씹게 된다.
그러다 주현은 학교 문학 과제로 스리랑카 내전을 다룬 책 '말리의 일곱 개의 달'을 제안하고, 이를 접한 친구들은 내전 사령관 프라바카란에 빗대 그를 '반군 사령관'이라 칭하며 멋있다고 치켜세운다. 주현은 처음 이 시선을 즐기지만 그것이 곧 친구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한다는 점에서 수치심을 느낀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스리랑카 내전을 해외 만화로 처음 접하고, 프라바카란 사령관의 부고를 접하면서 만화 뒤에 존재하는 현실을 자각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때부터 자신의 뿌리를 궁금해하는 청소년의 이미지가 자라났다"며 "재작년 책 '말리의 일곱 개의 달'을 선물 받고 '캐리커처'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고 했다.
캐리커처는 얼굴의 특정한 특징을 과장해 드러내는 그림이다. 작가는 이를 빗대, 처한 상황에 따라 자신의 정체성을 강조하거나 변형하며 살아가는 존재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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