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를 통해 재건축 선도지구 지정 요건인 동의율 확보, 공공 기여 등을 충족하지 못해 답보 상태에 있는 1기 신도시 노후 단지들이 정비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재건축 이후 늘어난 주거시설 만큼 교통과 상하수도 시설, 주차장 등 생활기반시설을 확충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어 단기적인 주택 공급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자료사진.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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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지 선정 방식, 선도지구 지정→‘주민 제안’ 도입
7일 정부는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사업지 선정 방법으로 주민 직접 제안 방식을 전면 도입한다고 밝혔다. 주민대표단이 정비계획(안)을 주민 과반 동의를 받아 지방자치단체(지자체)장에 제안하면, 지자체가 검토 후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현재 1기 신도시에서는 15곳(연립 2곳 포함), 3만7000가구가 정비사업 선도지구 사업지로 선정됐으며 연내 정비구역 지정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공모에 참여하기 위해 단지 주민들이 단기간 안에 재건축 동의율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주민들이 직접 재건축을 제안할 수 있게 되면 공모 준비 기간이 없는 만큼 최소 6개월 이상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준석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과거 선도지구 지정 요건을 채우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보이고 주민 간 갈등을 보이는 단지들이 많았다”며 “이번 대책으로 주민이 일정 동의율만 확보하면 직접 신청을 해서 패스트트랙으로 재건축을 하면 중장기적으로 1기신도시 정비사업 물량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빅데이터리서치 랩장은 “선도지구 사업에 들어가지 못한 후속 정비사업지들의 박탈감이 줄고, 재건축 사업 의지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함 랩장은 이어 “지역별 이주수요의 총량에 따라 관리처분인가 물량을 통제할 예정이라 정비사업지 간 사업우위를 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며 “사업이 늦춰지면 관련 금융비용이 사업비에 전가될 수밖에 없어 사업속도를 높이기 위한 주민 동의서 징구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 ‘상가 쪼개기’ 등 투기 행위 사전 차단
이와 함께 지자체별로 수립한 기본계획상 연차별 정비 예정물량을 초과해서 정비구역 지정을 제안하는 경우에도 접수가 가능하도록 개선한다.
이주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한 지자체의 경우 정비구역 지정 예정 물량을 초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다만 분당은 이주 여력이 충분치 않은 것을 감안해 예정 물량을 초과한 구역 지정을 허용하지 않는다. 내년 기준 정비 예정물량은 분당 1만2000가구, 일산 5000가구, 평촌 3000가구, 중동 4000가구, 산본 2000가구 총 2만6000가구다.
정부는 1기 신도시 재건축으로 인한 이주 수요 증가 등을 감안해 관리처분 물량에 허용제를 도입해 통제할 방침이다. 이주관리 방안을 이행하지 않은 지자체에 대해서는 향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업비대출보증을 제한하고, 미래도시펀드 사업비(공사비)도 지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통제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 2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 아파트단지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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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정비사업 절차도 간소화한다. 특별정비계획과 사업시행계획을 통합 수립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주민대표단 설립과 선도지구지정, 사업시행방식 결정과 사업시행자 지정 등 유사한 동의 절차를 하나의 동의서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특례를 제공한다.
정부는 사업성이 낮은 노후 도시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향후 공공 신탁사 설립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업무영역, 추진방안, 재원구조 등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마련한 뒤 근거 법령을 제·개정할 예정이다. 내년 신속 추진 방안 용역을 추진하고 2027년 근거 법령 마련, 2028년 법인설립을 목표로 설정했다.
상가 쪼개기를 통한 투기행위, 사업 고의 지연 등을 방지하기 위해 행위 제한 근거를 마련하고 권리산정기준일을 도입할 계획이다. 권리산정기준일 이후 토지분할, 다세대 전환 등의 이상 행위가 있는 경우 입주권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고준석 교수는 “전국 곳곳에서 재건축사업에 발목을 잡는 상가 지분을 잘게 쪼개서 매입하는 행위를 선제적으로 막는 것도 1기신도시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고 장애물을 없애는 하나의 좋은 장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주택 공급 확대로 인한 주차 시설, 상하수도 시설, 도로 등 생활 기반 시설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어 단기 공급에만 치중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권대중 한성대학교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교수는 “주민 제안 방식으로 정비구역 지정을 확대하면 물량은 전보다 더 늘어날 수 있겠지만, 그만큼 주차장, 도로, 공원, 상하수도 시설 등을 확충해야 하는 문제가 뒤따른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몫이었던 선도지구 지정 책임을 주민들에게 돌려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결국 수억원에 달하는 재건축 분담금과 주민 갈등 요소는 그대로 산재하기 때문에 공급 확대 효과를 크게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윤 기자(jy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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