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진 신작…"사람 사이에 숭고함이 있음을 설득하는 소설"
[다산북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50대인 은희는 연인 '무무 씨'를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떠나보낸 지 몇 년 지나 생애 두 번째로 암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은희는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유일한 가족인 80대 어머니에게 알리지 않는다. 거동조차 불편한 어머니에게 괜스레 마음의 짐을 안기고 싶지 않아서다.
모든 것을 잃은 것만 같은 외로운 처지인 은희는 자신이 기르는 두 마리 고양이 양평, 오모리를 돌봐주기로 한 수연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뜻밖에 친밀감과 위안을 느낀다.
은희는 아직 얼굴도 모르는 수연에게 무무 씨와의 추억을 털어놓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수연은 은희의 집에 머물며 은희와 무무 씨의 삶에 궁금증을 느낀다.
최근 발간된 조해진(49)의 소설 '여름밤 해변의 무무 씨'(다산북스)의 줄거리다.
사회의 주류가 아닌 제도권의 경계에 놓인 이들을 조명해온 조해진은 이번 소설에서도 소외된 이들을 이야기의 전면에 세웠다.
연인과 사별하고 두 번째 암으로 투병하는 인권 단체 활동가 은희, 세무사 보조원으로 일하며 박봉에 시달리다가 해고된 수연, 공장에서 일하다가 질병을 얻고 산업재해를 인정받으려 여러 시민 단체와 노동조합의 문을 두드리는 무무 씨 등이다.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아픔을 쉽게 외면하고 등 돌리는 주변인들에게 상처받고 마음의 문을 닫는 듯하지만, 사실 지칠 대로 지친 마음을 보듬어줄 사람의 목소리와 손길을 갈망한다.
은희는 교사로 일하던 30대 때 처음 암에 걸리면서 연인에게서 버림받고, 2년 만에 완치 판정을 받자 학교에 미련 없이 사표를 낸다. 은희는 첫 암 투병 때 어머니의 신세 한탄에 상처받은 나머지 두 번째 암에 걸렸단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하지만 은희는 사람을 향한 마음을 완전히 닫지 않는다. 그는 학교를 관두고 빈곤 퇴치 운동을 하는 인권 단체 활동가로 직업을 바꾸고, 그 단체 사무실 배관을 고치러 온 무무 씨와 연인 사이가 되며, 무무 씨가 죽은 뒤에는 수연에게 무무 씨에 대해 털어놓는다.
이처럼 인간관계에서 상처받고도 다시 사람을 갈망하고 그 과정에서 위안을 얻는 이야기 흐름은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을 향한 연민과 위로의 시선을 담고 있다.
김소연 시인은 책의 추천사에서 "이 소설은 우리가 오래전에 흘려보냈으나 결코 사라질 리 없는 숭고함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머물고 있음을 말없이 설득한다"고 평가했다.
소설가 조해진 |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당선하며 데뷔한 조해진은 장편 '한없이 멋진 꿈에', '단순한 진심', '완벽한 생애', '빛과 멜로디',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등을 펴냈다. 소외된 이들의 연대를 다룬 소설로 호평받으며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받았다.
'여름밤 해변의 무무 씨'는 다산북스의 새 소설 시리즈인 '다소 시리즈' 첫 번째 책이다.
'다소 시리즈'는 몇 번째로 인쇄된 책인지 순번을 기록한 태그를 함께 제공해 독자가 하나뿐인 책을 소장하도록 했다. 아울러 도서 정보가 수록된 판권 페이지의 인쇄·발행 날짜 아래 완독 날짜를 기록할 자리를 배치함으로써 독자가 읽는 순간 책이 완성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 밖에도 '다소 시리즈'는 작가가 소설을 집필하는 기간에 쓴 일기들을 수록해 독자가 작가와 함께 호흡한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172쪽.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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