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무형유산 주철장 보유자와 함께 11월까지 뚜껑 재현 제작
내년 1월 설치할 듯…"광복 이후 혼란한 정세 속 관리 소홀"
경복궁 근정전 모습 |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조선 왕조의 법궁(法宮)인 경복궁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격식을 갖춘 건물에 둔 향로가 제 모습을 찾는다.
10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궁능유적본부 경복궁관리소는 최근 열린 문화유산위원회 회의에서 경복궁 근정전 권역에 있는 향로를 복원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근정전에는 건물 좌우로 한 쌍의 대형 향로가 놓여 있다.
조선 후기 고종(재위 1863∼1907) 대에 경복궁을 다시 지으면서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덕수궁 중화전에도 비슷한 형태의 향로 한 쌍이 존재한다.
경복궁 근정전 향로 |
"광화문 서쪽에 있는 대종(大鐘)을 문 안으로 끌고 들어와 부순 후, 전각의 토수(吐首·장식 기와)와 전정(殿庭·궁전의 뜰)에 둘 향로 등을 주조하였다."('경복궁 영건일기' 1866년 2월 8일 기록)
근정전 향로는 받침돌에 다리를 고정시킨 형태다.
궁궐에서 주요 행사가 있을 때마다 향로를 옮긴 게 아니라, 정전(正殿·왕이 나와 조회하거나 국가의 큰 행사를 치르던 건물)에 두고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단에는 짐승 얼굴을 본떠 만든 수면문(獸面文)이 새겨진 3개의 발이 있고, 발끝에는 발톱이 조각돼 있다. 몸통에는 물결과 파도 문양 등이 돋보인다.
경복궁 근정전 향로를 촬영한 옛 사진 |
왕실에서 사용하는 향로는 왕실의 위엄과 권위를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그러나 현재 근정전 향로의 뚜껑은 모두 사라진 상태다.
경복궁관리소는 향로의 원래 모습을 찾고자 올해 연구 용역을 진행했다.
연구를 맡은 한서대 연구팀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에 발간된 '조선고적도보'(朝鮮古蹟圖譜) 10권에 남아있는 사진 자료와 덕수궁 향로 등을 조사·분석해 뚜껑 원형을 예측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국가무형유산 주철장(鑄鐵匠) 원광식 보유자와 아들인 원천수 이수자가 지난달부터 향로 뚜껑을 재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경복궁 근정전 향로 |
향로 뚜껑은 덕수궁 중화전에 있는 향로와 거의 같은 모습으로 제작할 방침이다.
중화전의 향로 뚜껑은 2010년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에서 찾은 것으로, 용의 모습이 섬세하게 조각돼 있어 향을 피우면 마치 용이 구름 위를 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국가유산청은 당시 두 향로의 뚜껑과 관련해 "경복궁의 향로 뚜껑에 표현된 용의 얼굴은 갸름한 형태인 데 반해 덕수궁 향로 속 용의 얼굴은 하단부가 넓고 통통한 분위기"라고 설명한 바 있다.
원 보유자는 전문가 자문을 거쳐 세부 형태와 문양, 크기 등을 조정하며 뚜껑을 제작 중이다.
과거 경복궁 근정전을 촬영한 사진 |
근정전 향로 뚜껑은 이르면 올해 11월께 마무리될 예정이다.
경복궁관리소 측은 완성된 향로 뚜껑을 확인한 뒤 내년 1월께 향로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문화유산위원회에 보고했다.
경복궁관리소 관계자는 "뚜껑을 갖춘 온전한 향로의 모습으로 복원해 경복궁의 품격을 높이고 관람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근정전 향로의 뚜껑은 언제 사라졌을까.
경복궁 근정전의 향로 |
전나나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는 2020년 박물관이 펴내는 학술지 '고궁문화'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서 근정전 향로가 1960년대 전후에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1959년 근정전 일대를 촬영한 국가기록원 사진 자료에는 향로 뚜껑이 남아있으나, 1964년 사진에서는 좌우 향로의 뚜껑이 모두 없어진 것으로 확인된다.
전 연구사는 "근대 사진을 살펴본 결과, 근정전 용향로는 1959∼1961년 사이에 좌측 향로 뚜껑을 분실했고, 1961∼1964년 사이에 우측 향로 뚜껑을 분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광복 이후 혼란스러운 정세 속에서 관리의 소홀함으로 빚어진 일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덕수궁 중화전의 향로 |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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