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공동파업에도 건조 야드 분주
美 MRO사업으로 글로벌 시장발판 마련
조선3사, MRO 진출…군함건조까지 기대
울산 HD현대중공업 본사 인근에서 조선소 크레인이 보이고 있다. 울산=박혜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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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성은 분명합니다. 전 세계에서 해군력을 강화하고 있어,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할 계획입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10일 울산 본사 조선소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1500억달러 규모 투자펀드를 기반으로 하는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다. 특히 미국의 초점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해군력 강화에 맞춰져 있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최근 지정학적 불안 속에서 해군력을 앞다퉈 재정비하고 나선 폴란드, 호주, 인도 등 수요에도 대응하는 기회가 된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이날 찾은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야드 안팎을 오가는 현장 인력들로 가득했다. 전날부터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현대삼호 3사 노동조합이 일반 조합원까지 동원한 공동파업에 들어가며 다소 뒤숭숭한 분위기였지만, 나머지 현장 인력이 선박 공정을 이어가며 야드는 여느 때와 같이 분주했다. 현장 한 관계자는 “수주잔고가 쌓이면서 최근 들어 더욱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마스가는 울산 본사 직원 사이에서도 연일 최대 화두다. 현장에서 만난 조선소 소속 근로자는 “협력 방향이 구체화해봐야 알겠지만 아무래도 전례없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만큼 사업 방향에 새로운 활력이 생기지 않을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12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와의 합병도 다가오고 있다. 이번 합병은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이 설립된 2019년 이래 가장 큰 사업 재편이다. 12월 합병 기일을 앞두고 회사 안팎에서도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는 각각 단일 조선소 기준 수주량 세계 1위, 중형 선박 점유율 세계 1위 자리를 확보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압도적인 해외 함정 실적에 HD현대미포가 갖춘 생산능력을 더해 글로벌 방산 시장을 겨냥할 것”이라며 “이번 합병으로 양사의 기술력과 생산 역량이 한 데 모여서 현장이 더욱 바빠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HD현대중공업의 이번 합병을 미국 해군 정비·유지·보수(MRO)에서 나아가 군함 건조까지 나아가려는 조선사들 경쟁의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미포의 중형 도크는 미국 군함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규모”라며 “HD현대미포은 도크 여유분이 있는 상태라 건조능력 확대를 위한 추가 투자 없이도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해외에서의 군함 건조를 금지하고 있지만, 최근 미 의회에서는 군함 건조를 동맹국에 맡길 수 있도록 하는 법안 개정도 추진 중이다.
한화오션 역시 미국 군함 건조를 노리고 한화필리조선소 투자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앞서 한화그룹은 한미 조선협력 펀드를 주요 재원으로 삼아, 한화필리조선소에 5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이를 통해 도크를 추가로 확보하고 생산기지를 신설해 현재 연간 1척 수준인 선박 건조능력을 20척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한화필리조선소 데이비드 김 최고경영자는 “(미국이 건조할) 계획인 전투지원함 일부는 한화가 건조할 수 있는 선박”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선 3사가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미군 MRO 사업은 향후 이들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그간 미국 MRO 사업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삼성중공업도 마스카 협력 체결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미국 군함 MRO 전문 조선사 비거 마린 그룹과 파트너십을 맺고, 장기적으로 상선이나 지원함 공동 건조까지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그로스 인사이트는 글로벌 해군 MRO 시장이 2024년 1186억달러에서 2023년 200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해군 선박 MRO 시장은 글로벌 방위 예산 증가, 해군 노후와 및 해양 보안 위협 증가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전 세계 해군 함대의 65% 이상이 운용 20년을 넘어 유지보수와 현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울산=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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