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접근성 높은 연극 '해리엇' 드레스리허설
공연은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 12~13일
'해리엇' 드레스리허설에서 바다거북 '해리엇' 역의 문상희(앞)와 '그림자 소리'를 맡은 김설희(강동문화재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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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아가야, 두려워할 것 없다. 난 네 친구야. 처음이라 쉽지 않을 거야. 그리고 외로울 거야.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여기서 너는 혼자가 아니야."
드림동물원 우리에 처음 들어선 자바원숭이 '찰리'. 개코원숭이 우두머리 '스미스'에게 괴롭힘을 당해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그때 175살 바다거북 '해리엇'이 노구(老軀)를 이끌고 찰리에게 다가가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보통의 연극이라면 등장인물은 해리엇·찰리·스미스 세 명에 불과했을 터. 하지만 이 연극은 다르다. 무대 위에는 여섯 명이 오른다. '그림자 소리'라 불리는 수어통역 배우들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즉 해리엇이 대사를 하면, 곁의 수어통역 배우가 실시간으로 이를 수어로 표현하며 마치 짝꿍처럼 움직인다.
12일 오후 서울 강동구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에서는 언론을 대상으로 연극 '해리엇' 드레스리허설이 열렸다. 배우들이 무대에 오르기 전, 의상과 분장을 마친 채 마지막으로 호흡을 맞춰보는 자리였다.
'해리엇'은 한윤섭 작가의 동명 동화를 각색한 작품이다. 175년 동안 바다를 품고 살아온 갈라파고스 거북 해리엇과 원숭이 찰리의 따뜻한 동행을 그린다.
이 작품은 '접근성 높은 연극'을 표방한다. 장애인 관객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세 가지 장치를 마련했다. 수어통역, 한글자막, 음성해설이다. 수어통역 배우가 극 중 배역과 함께 무대에 서고, 무대 뒤 대형 스크린에는 모든 대사가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또 극 중 캐릭터의 대사 및 상황을 설명하는 해설자가 등장해 이야기 흐름을 돕는다.
접근성 높은 연극 '해리엇' 드레스리허설 장면.(강동문화재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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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연출은 드레스리허설을 마친 뒤 뉴스1에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어 통역과 자막을, 시각장애인을 위해선 음성해설을 준비했다"며 "'누가 동물원에 들어오고 있다', '밤이 찾아왔다' 같은 설명을 통해 관객이 상상력을 한두 스푼 보태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장치들은 장애인뿐 아니라 어린이 관객에게도 유익할 것"이라며 "이야기를 훨씬 잘 따라갈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라고 했다.
'접근성 높은 공연'과 '배리어 프리'(Barrier-free·무장애) 공연의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배리어 프리'는 장벽을 없앤다는 뜻인데, 공연 예술 환경에서 장벽을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며 "그래서 저는 '장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며 접근한다'는 의미의 '배리어 컨셔스'(Barrier-conscious)라는 개념이 더 적합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리어 컨셔스'를 한국적인 이름으로 바꿨을 때 '접근성 높은 공연'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장애인 분들과 공연 작업을 해 온 지 20년이 넘었는데, 모두가 가까이 다가와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80분간의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무엇을 얻어가길 바라는지 묻자, 김 연출은 이렇게 답했다.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소통 방식이 함께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어릴 때부터 이런 공연을 경험하다 보면 '우리 사회에 다양한 언어가 존재하는 건 당연한 거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체화할 수 있을 거예요. 어른들에겐 '내가 인생에서 놓친 건 무엇이었을까?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해리엇' 역에는 문상희, '찰리' 역에는 홍준기, '스미스' 역에는 송철호, '올드' 역엔 전유경이 발탁됐다. '그림자 소리' 역은 김설희 정은혜 강소진 권재은 이영섭이 맡는다.
연극 '해리엇'은 12일과 13일 이틀간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 무대에서 펼쳐진다.
연극 '해리엇'의 김지원 연출(강동문화재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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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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