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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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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안보윤 첫 산문집 '외로우면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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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솔뫼 소설집 '영릉에서'·김준녕 장편 '제'

    연합뉴스

    [작가정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외로우면 종말 = 안보윤 지음.

    올해 데뷔 20주년인 소설가 안보윤이 펴낸 첫 산문집으로, 작년부터 신문에 연재해온 칼럼들을 다듬어 엮었다.

    어린 시절 돼지저금통에서 동전을 몰래 빼내려다가 언니에게 들켰던 경험, 도로 한복판에 차가 멈춰서 당황했을 때 선뜻 나서서 도움을 주고 사라진 다른 차 운전자의 기억 등 여러 순간이 담겼다.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사연들이 특히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작가가 늦은 오후 친구에게서 뜬금없이 "솥밥 너무 맛있어", "내가 했지만 진짜 맛있다" 등의 메시지를 받는다는 내용의 산문 '오늘의 솥밥'이 있다.

    작가는 친구의 갑작스러운 메시지에 어리둥절한데, 친구는 "자기 전에 오늘의 잘한 일을 돌아봤다"고 이유를 설명한다. 친구는 이어 작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독자가 리뷰를 남겨준 것을 캡처해 보내주며 "오늘 너의 솥밥은 저것으로 하자"고 덧붙인다. 작가를 아끼는 친구의 애틋한 마음이 묻어난다.

    작가는 처음 칼럼을 써달라고 제안받았을 때 자기 삶에 확신이 없어 거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제안을 거절한 자기 모습이 무례했다고 느끼고 생각을 바꿔 글을 연재해 책을 펴내기에 이르렀다.

    작가정신. 216쪽.

    연합뉴스

    [민음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릉에서 = 박솔뫼 지음.

    초여름날, 원준이는 친구 정목이와 함께 정목이 아버지가 운전하는 트럭을 타고 계곡에 놀러 간다. 차가운 물과 반짝이는 햇빛에 둘러싸여 놀던 두 친구는 정목이 아버지가 먼저 집에 가버렸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원준이와 정목이는 터덜터덜 걸어서 집으로 돌아간다.

    소설가 박솔뫼가 3년 만에 펴낸 소설집의 수록작 '원준이와 정목이 영릉에서' 줄거리다. 어린 두 주인공에게 위험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독자의 걱정과 달리 원준이와 정목이는 무사히 집에 돌아가고, 먼 훗날 원준은 그날을 회상한다.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은 작가가 2020년부터 작년까지 발표한 것들로, 각각 다른 장소를 배경으로 인물들의 기억과 감각, 움직임을 따라간다.

    '극동의 여자 친구들', '스칸디나비아 클럽에서' 속 인물들은 움직임 워크숍이라는 모임에서 자신들의 이동에 대해 탐구하고 이를 통해 자신과 세계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바라본다.

    작품들은 줄거리보다 감각에 더 집중했다. 작중 인물들이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하는지, 이 과정에서 무엇을 느끼는지 상상하며 읽어야 이해할 수 있다.

    민음사. 260쪽.

    연합뉴스

    [텍스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제 = 김준녕 지음. 524쪽.

    1979년, 교회를 중심으로 강력한 커뮤니티가 형성된 미국 중부의 작은 마을 엔젤타운. 이곳의 가장 크고 비싼 집으로 이사를 온 한국계 미국인 소년 한의 가족은 증조부 때부터 친일과 친미 행위로 막강한 부를 쌓아왔다.

    마을 사람들은 동양계를 향한 혐오와 차별을 쏟아내지만, 한의 가족은 막대한 재산 덕분에 큰 피해를 겪지 않는다. 하지만 얼마 뒤 이 지역에 가난한 한국인 소년 준 일가가 이주해 오자 마을 사람들은 한 가족에게 가하지 못했던 차별과 억압까지 모두 준 일가에게 쏟아낸다.

    2022년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받은 김준녕이 펴낸 장편 공포소설로, 인종차별이 극심한 미국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서늘한 문체로 그려냈다.

    준이 마을에 등장한 이후 한은 준의 감각으로 보고 듣고 느끼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한다. 한은 그 현상이 빙의이며 준의 가문이 대대로 한국에서 무당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준과 모종의 은밀한 계약을 맺는다.

    빙의라는 초현실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인종차별이라는 현실에 존재하는 문제를 사실감 있게 다뤘다. 다수의 백인은 '우리'라는 이름으로 뭉치면서 그 안에 동양계 이주민을 받아들이길 거부하고, 이는 곧 동양계를 향한 폭력이 된다.

    텍스티. 524쪽.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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