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조희대 당시 대법원장 후보자(왼쪽)가 인사청문 특별위원회 위원인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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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후보자 임명 동의안 통과의 키를 쥔 쪽은 제1야당이자 원내 과반 다수당인 민주당이었다. 소수 여당인 국민의힘이 제아무리 젖먹던 힘까지 짜내 지지를 호소해도 야당이 반대하면 그만이었다. 민주당은 앞서 윤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 동의안을 부결시키며 거대 야당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총 295표 가운데 반대 175표, 찬성 118표, 기권 2표라는 참담한 결과였다. 그럼 조 후보자는 어땠을까. 진 의원이 매긴 후한 점수에서 알 수 있듯 민주당의 태도는 확연히 누그러졌다. 뚜껑을 열어보니 총 292표 가운데 찬성 264표, 반대 18표, 기권 10표의 압도적 가결이었다. 대한민국 제17대 대법원장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1957년 6월 태어난 조 대법원장은 66세를 넘긴 나이로, 법률상 대법원장 정년이 70세인 점을 고려하면 2027년 6월 물러날 처지였다. 헌법에 보장된 6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3년 6개월쯤 재임하고 퇴직해야 한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 임명을 굳이 막지 않은 데에는 이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당시만 해도 윤 대통령 5년 임기가 끝나는 시점은 2027년 5월이었다. 윤 대통령과 조 대법원장은 무슨 러닝메이트처럼 거의 동시에 사라질 운명이었다. 만약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면 그들 이념에 부합하는 새 대법원장 임명도 수월할 것 같았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라는 ‘자폭’을 통해 스스로 임기를 단축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를 주장하는 등 사법부 압박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입구의 전광판에 ‘안녕하십니까 대법원입니다’라는 문자가 표시돼 있다. 최상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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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연일 조 대법원장을 겨냥해 사퇴 압박을 가하고 있다. 지난 5월 조 대법원장이 재판장인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이던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 취지의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낸 것이 가장 큰 이유인 듯하다. 계엄 사건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이 윤석열정부 2인자였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상대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기각된 것은 두 번째 사유다. 법리로만 따지면 둘 다 대법원장에게 책임을 묻기 힘든 사안이다. 더욱이 2023년 당시 민주당의 적극적 동의 덕분에 지금의 조 대법원장이 탄생한 것 아니겠는가. 민주당의 태도는 어려모로 수긍하기가 어렵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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