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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나무와 함께 발전한 문명…신간 '나무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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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나무 밑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인류는 원래 나무 위에서 살았다. 나무 위는 영양분이 풍부하고, 볕이 잘 들어 따뜻한 데다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에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건기가 늘어났고, 사바나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먹잇감을 구하고자 인류는 나무 위에서 내려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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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를 타는 긴팔원숭이
    [EPA=연합뉴스]


    나무에서 내려오면서 인류는 급격히 발전했다. 나무를 이용해 불을 피우는 능력을 개발했고, 나무로 도구를 만들기 시작했으며, 나아가 나무를 이용해 집을 지었다. 인간은 건물을 올리고 마을에 모여 살았다.

    목재는 무기로도 쓰였다. 다른 부족과의 전쟁에서 나무 방망이는 위협적인 무기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전차, 화살 등에도 나무가 쓰였다. 패권 경쟁에 사용되기도 했다. 프랑스 피레네산맥에 가면 '슈맹 들라 마튀르'(Chemin de la Mature)라는 길이 있는데, '돛대의 길'이란 뜻이다. 프랑스가 영국과 해상 패권을 다투던 시절, 군함을 만들고자 돛대용 목재를 실어 나르던 길이다. 영국은 돛대용 목재를 자국에서 구할 수 없어 식민지인 아메리카에서 찾았고, 그 과정에서 남벌로 미국인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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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목
    [이타르타스=연합뉴스]


    최근 출간된 '나무의 시대'(더숲)는 오랜 세월 목재를 사용해왔던 인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영국 헐 대학교 생물학과 객원교수인 롤랜드 에노스는 6천만년에 이르는 인류와 나무의 공생 이야기를 풀어냈다.

    책에 따르면 목재는 인류 문명의 등불이었다. 유인원들은 나무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당분이 듬뿍한 과일을 먹고, 목재 도구를 만들면서 대뇌 피질을 발달시켰다. 목재를 이용해 사냥에 성공하고, 전쟁 기술을 발전시켰고, 튼튼한 건축물을 만들어 냈다. 중국인들은 세계 최대 규모의 건축물 자금성을 만들었고, 일본인들은 빈번한 지진 속에서도 600년 이상 끄떡없는 호류지(法隆寺) 5층 탑을 건설했다. 유럽에선 목재를 변형해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제작하고 신문과 책을 만들어 지식을 보급했다. 19세기 미국은 거대한 삼림에 의존해 주택, 철도, 가축우리, 다리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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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
    [EPA=연합뉴스]


    저자는 이처럼 원시시대부터 현대까지 수천만년의 시간을 탐험하며 목재가 인류사에 미친 심대한 영향을 세밀하게 살핀다. 더불어 화석연료가 촉발한 기후변화에서 목재가 화석연료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도 검토한다.

    그는 산업혁명 이후 목재는 점차 화석연료와 대체 자재에 자리를 내주었지만, 기후 온난화가 인류의 목줄을 죄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가 다시 '나무'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과학의 힘을 빌려서다. 가령, 현대적인 목재 가공법 덕택에 강철이나 콘크리트처럼 에너지 비용이 부담스러운 소재를 목재로 대체할 수 있다. 글루램(섬유방향을 서로 평행하게 붙인 재목)과 CFL(Cross Fiber Laminated·교차섬유 집성재)로 지은 건축물은 강철 콘크리트로 지은 건물들보다 최대 5배 더 가볍고, 그에 못지않게 튼튼하다. 콘크리트가 지구 탄소 배출량의 5%, 강철이 3%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신소재 목재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는 나무를 키우고, 다듬고, 쓰는 전통적인 지혜가 지구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김수진 옮김. 4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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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이미지
    [더숲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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