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흥행 이끈 ‘어쩌면 해피엔딩’ ‘위대한 개츠비’
정부·지자체 관심만으로 부족…확실한 과제 해결 필요
창작 작품 지속 개발…맘껏 펼칠 수 있는 무대 원해
정부·지자체 관심만으로 부족…확실한 과제 해결 필요
창작 작품 지속 개발…맘껏 펼칠 수 있는 무대 원해
한국 뮤지컬의 초석을 다진 뮤지컬 ‘명성황후’가 지난 7월 30주년 공연을 펼쳤다. 사진 | 에이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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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전 세계가 ‘K-문화’에 열광하고 있다. 아직까진 ‘K-팝·영화·드라마’가 돋보이지만, 최근 뮤지컬의 본고장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뿐만 아니라 글로벌 뮤지컬 시장이 한국 창작 뮤지컬을 집중 조명하며 ‘K-뮤지컬’ 시대를 예고했다.
(사)한국뮤지컬협회(이하 협회)에 따르면 세계시장 내 한국 뮤지컬 관람객 수는 783만 명으로, 브로드웨이(1470만 명)의 53.3%와 웨스트엔드(1710만 명)의 45.8% 수준이다. 반면, 티켓 판매액(4651억 원)은 브로드웨이(2조641억 원)의 22.5%, 웨스트엔드(1조8811억 원)의 24.7%로 낮다. 이는 관객 한 명당 브로드웨이 약 14만 원, 웨스트엔드 약 11만 원, 한국 약 5.9만 원으로, 공연장 수와 규모의 한계에도 다이내믹 프라이스를 적용한 티켓 가격이 매출 탄력성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티켓판매 추이를 살펴보면, 2021~2025년 상반기 뮤지컬 공연 횟수와 티켓 판매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2026년 가용 가능한 공연장 부족으로 인한 대형·인기작 공급 지연 등의 리스크로 관객 수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창작 작품의 지식재산권 ▲학술적·법률적 정의 ▲제작자·배우 보호 등이 과제로 지속 언급되고 있다.
협회를 중심으로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콘텐츠진흥원, (사)대구뮤지컬페스티벌 등이 다각적으로 지원 방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다행인 건 업계의 최대 관심사인 뮤지컬산업진흥법 제정에 관해 정부도 적극적인 반응이라는 것이다.
한국뮤지컬협회 이종규 이사장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한국 뮤지컬의 근황과 긍정적 방향을 위한 노력을 소개했다. 이 이사장은 “정부의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지난해 6월 뮤지컬산업진흥법을 발의한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을 비롯해 정부와 뮤지컬 산업의 장래를 위한 제도적 지원에 대해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한국뮤지컬협회 이종규 이사장이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한국뮤지컬 산업 현황과 미래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표권향 기자 gioia@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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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뮤지컬 업계의 호소…관심으로만 끝나지 말길
지난 2일 서울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진행된 협회 ‘뮤지컬 포럼2025: 한국 뮤지컬 산업 현황과 미래 전략’에는 뮤지컬 분야 종사자는 물론 정부와 각 지자체 관계자가 대거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매년 열린 포럼이었지만, 올해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
이날 뮤지컬 관련 발제 중 특히 내년 한국 뮤지컬 60년을 맞이하기에 앞서 뮤지컬산업진흥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해당 사항은 제22대 국회 법안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상정, 법안소위 구성 후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다행인 건 최근 뮤지컬의 본고장에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과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등의 흥행으로, 빠르면 올 4분기 여야 상임위원회의 논의가 속개돼 내년 상반기쯤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뮤지컬의 정의와 창작극의 지식재산권에 대해 이 이사장은 “창작 또는 K-뮤지컬 개념을 업계에서는 대체로 알고 있다. 엄밀하게 학술적·법률적으로는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가 성장 과제다”라며 “다양한 모델로 개발되고 있는 K-뮤지컬을 선정적이고 포괄적인 내용을 근거로 개별적인 해석이나 학술적으로 지속 보강돼야 한다. 시행령에 있어 세부적으로 담아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충무아트센터 개관 20주년 기념작이자 EMK뮤지컬컴퍼니의 열 번째 창작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가 오는 12월 초연 무대에 오른다.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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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뮤지컬 시장 지배 가능 ‘한국 창작 뮤지컬’ 위상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대극장은 라이선스, 중소극장은 창작극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협회는 한 방향에만 치우치지 않고, 작품의 장기 지속성과 누적성을 가장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좋은 작품이 개발되면 계속 쌓여간다. 올해 새로운 창작극을 선보이지 못했다고 해서 흉작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지난 20여년 동안 대극장 창작 대표작인 ‘명성황후’ ‘영웅’ ‘프랑켄슈타인’ ‘광화문연가’ ‘그날들’ ‘웃는 남자’ ‘벤허’ ‘마타하리’ ‘일 테노레’ ‘스윙데이즈’ 등을 보면 상당히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품성과 수익성이 검증된 대극장 작품들이 검증됐고, 무대 위에서 살아남았다는 건 계속 회전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라고 강조했다.
다만, 작품 공급 측면에서 공연장이 부족한 실정이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대극장의 경우 높은 제작비에 따른 결과 리스크로 선뜻 나서는 컴퍼니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또 극장 입장에서도 흥행성이 입증된 작품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창작 초연작이 대극장 입성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따라서 오는 12월 충무아트센터 개관 20주년 기념작이자 EMK뮤지컬컴퍼니의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에 기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형 공연 제작사의 작품이라는 정체성을 이미 가지고 있다. 하지만 ‘창작’이라는 수식어 그대로 전 세계 쇼케이스와 같아, 작품이 가지는 부담도 크다.
한국 창작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조선!’이 영국 주요 매체로부터 “Best” “웨스트엔드 정규 공연으로도 손색없다” 등의 호평을 받으며 한국 뮤지컬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사진 | PL 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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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한국 뮤지컬 60주년…이젠 시원한 해결방안 나와야
즉시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성립되긴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초연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공공성이 가미된 극장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대표 공연장인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은 일 년에 뮤지컬에 허용되는 시드는 1~2개뿐. 이 역시도 현재까지 검증된 작품만이 무대에 오를 수 있다. 협회가 정부와 지자체에 뮤지컬 전용 극장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이유다.
그렇다고 뮤지컬만을 위한 공연장 건축을 요구하는 건 아니다. 관련 기관이 진흥해야 하는 책임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선언적 규정과 같이 최소한의 합의된 상식(법)과 공감대가 필요하다. 검토 또는 진행 중인 공공극장에 자문하고 있다.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 조정하는 과정이다. 법이 곧바로 한다기보다 취지와 이에 따른 시장 니즈가 선택의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일 국내 최초로 ‘무용 전용’ 공연장이 개관했다. 이는 기존의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은평을 활용해 첫선을 보인 것이다. 블랙박스형 공연장으로서 전문적인 댄스 스튜디오와 무용 서적 열람 공간 등을 갖춰 시민 누구나 무용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꾸몄다.
2026년 한국 뮤지컬은 60주년을 맞이한다. 전 세계 뮤지컬 시장이 한국 창작 뮤지컬과 손잡고 싶어 하는 현시점에서 보다 많은 작품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무대 위에 오르는 것이다. 한순간의 K-뮤지컬 유행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증명할 때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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