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을 시혜적 차원이 아닌 국가적 과제로 설정한 대표적인 정책이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다. 한국의 장애인 고용정책은 의무고용제도에 의한 일정 수준의 의무고용률을 기업이 준수하게끔 강제함으로 이뤄진다. 이때, 장애인 고용정책의 실질적 성과를 결정짓는 핵심은 의무고용률을 시의적절하게 설정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장애인고용촉진전문위원회는 장애인 의무고용률 상향 안을 의결하였다. 상향안에 따르면 민간 장애인의무고용률은 2019년부터 3.1%로 유지해 왔던 것을 ’27년 3.3%, ’29년 3.5%로 단계적으로 인상한다. 공공부문은 민간 부문과 달리 24년부터 3.8%였고, ’29년 4.0%로 인상하도록 하였다. 민간의 의무고용률이 5년째 동결되고 있고, 전체 인구 대비하여 열악한 장애인 고용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일단은 이렇게라도 출발해야 함이 옳다.
장애인은 여전히 구직 과정에서 높은 장벽에 부딪히고, 설사 취업하더라도 불안정한 근로 형태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고령화와 인공지능(AI) 확산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더해지면서 노동시장 격차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 고령화는 노동력 부족을 불러오지만, 인공지능 기술은 단순 업무를 빠르게 대체해 장애인 일자리를 위협한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장애인이 일할 기회를 지키기 위해서는 의무고용률 상향을 조속히 시행하여야 한다.
그러나 장애인 고용 확대는 의무 부과와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기업의 적극적인 동업 의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이 장애인 고용을 부담으로 느끼지 않도록 장애인 고용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장애인고용장려금, 적합 직무 발굴 등 장애인 고용컨설팅, 편의시설 설치 지원, 보조공학기기 등 개별 기업 상황에 맞춰 적극적인 지원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개별화된 기업 지원을 세심하게 수행해야 한다. 동시에 장애인근로자에 대한 지원도 강화되어야 한다. 취업전에는 기술 및 산업환경 변화를 고려한 맞춤형 직업훈련을 지원하여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으로 양성하고, 다양한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구직을 지원해야 한다. 재직 중인 장애인근로자는 오래 건강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고용안정을 위한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보완도 시급하다. 대기업이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설립하여 장애인을 고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될 필요가 있다. 의무고용률을 상향하기 위한 입법도 신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노동시장에서 장애인은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다. 장애인의 고용률은 전체 임금근로자 고용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장애인 고용은 단순한 법적 의무가 아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포용성과 성숙도를 보여주는 지표이자,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사회적 투자이다.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은 복지 지출 절감과 세수 확충으로 이어지고 기업은 다양성과 혁신 역량을 키울 수 있다. 이에 정부와 기업이 함께 장애인 고용을 위해 나서야 하고, 제도적 보완과 실질적 지원을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구분 없이 노동시장에서 동등한 주체로 서는 것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성숙한 미래이다.
이준우 강남대학교 복지융합대학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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