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런의 아버지가 그린 뇌 그림…'이토록 아름다운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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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사랑으로 읽는 세계사 = 에드워드 브룩 히칭 지음. 신솔잎 옮김.
기원전 7세기 무렵 고대 신 아시리아 제국에서 나온 점토판에는 하나의 의학적 증상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환자는 지속해 헛기침하며 목을 가다듬고, 말을 잃을 때가 많으며, 혼자 있을 때는 늘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밭 한구석에서 아무 이유 없이 웃음을 터뜨리며, 늘 침울해하고, 목이 잠기며, 먹고 마시는 데서 기쁨을 찾지 못하고, 크게 한숨을 내쉬며 '아 가련한 내 심장이여'라고 끝없이 한탄한다."
묘사된 병명은 상사병이다.
최초의 시집이랄 수 있는 중국의 '시경'부터 세계적인 광풍인 K-드라마까지, 인간이 만든 콘텐츠를 일관하는 가장 큰 주제는 사랑이라고 말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니다. 셰익스피어가 "한숨 속에서 피어나는 연기"라고 묘사한 이 덧없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의 호르몬 작용에 불과한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무수한 세월 동안 인간의 마음을 그토록 휘저어온 걸까.
이런 궁금증을 품고 영국의 논픽션 작가인 저자가 만년의 시간을 짚으며 사랑의 다양한 얼굴을 탐구했다. 네안데르탈인과의 입맞춤을 통해 호모사피엔스에게 건너온 미생물 메타노브레비박터 오랄레스부터 평생을 헤어지고 만나고를 반복하며 서로를 파괴한 화가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의 이야기까지를 아우른다.
책은 사랑의 깊은 감정과 외설스러운 부분, 그 파괴적인 양상까지, 다양한 형태를 다뤘다. 고칠 수 없는 질병, 상사병처럼 사랑에 대한 부정적 내용이 책 내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종족 보존을 위해 우리가 걸려드는 비열한 술수"라는 소설가 서머싯 몸의 말이 사랑의 이런 측면을 압축한다.
그러나 사랑을 주제로 오랜 시간을 탐구한 저자는 몸보다는 미국 언론인 프랭클린 P. 존스의 말이 사랑의 본질에 더 맞닿아 있다고 밝힌다.
"사랑이 세상을 움직이지는 않는다. 사랑은 세상살이를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다."
현대지성. 3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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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록 아름다운 뇌 = 래리 W. 스완슨·에릭 A. 뉴먼 등 지음.
"대뇌피질은 무수히 많은 나무로 가득한 정원과 비슷하다. 똑똑한 경작 능력 덕분에 유난히 많은 가지를 뻗을 수 있는 피라미드 세포는 다른 세포보다 뿌리를 더 깊이 내리고, 매일 정교한 꽃과 열매를 더 많이 맺는다."
'뇌 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1852~1934)이 대뇌피질에 관해 쓴 구절의 일부다. 라몬 이 카할은 뉴런이 연속적인 그물망, 즉 네트워크가 아니라 독립적인 개별 세포라는 사실을 밝혀내며 스페인 최초로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다.
시대를 앞서간 탁월한 과학자로서의 면모만 있었던 건 아니다. 그는 관찰자였으며 예술가이기도 했다. 그가 보낸 시간 대부분은 현미경에 응축돼 있다. 그는 무수한 시간을 들여 현미경 속 뇌세포를 관찰해 손으로 직접 그렸다.
그렇게 그려진 약 3천점의 그림은 현대 과학사의 커다란 유산이 됐다. 유네스코는 1997년 라몬 이 카할의 그림들을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에 선정하기도 했다.
책에는 라몬 이 카할의 대표적 그림인 '대뇌피질의 피라미드 뉴런', 해마의 '별아교세포'등 80여점이 실렸다. 또한 "우리 공원에 소뇌의 푸르키네 뉴런보다 더 우아하고 풍성한 나무가 과연 있을까"처럼 그가 뇌를 관찰하며 적은 감탄과 여러 추측, 연구성과를 담은 문장도 함께 수록됐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생명과학부 신경생물학과의 래리 W. 스완슨 교수, 미네소타대학교 신경과학과 에릭 A. 뉴먼 교수 등이 라몬 이 카할의 글과 그림을 엮고, 책을 썼다.
아몬드. 정지인 옮김.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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