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레종'으로 친숙한 우리나라 대표 범종…신라의 예술혼 집약
'대체 불가능한 국보' 평가…"무게 전달하는 '용뉴' 취약" 지적도
국립경주박물관, 오늘 타음 조사 공개…향후 5년간 보존 상태 점검
'천년의 소리'…성덕대왕신종, 다시 울릴까 |
(경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황동 12만 근을 희사하여 부왕이신 성덕왕을 위해 큰 종 하나를 주조하고자 하였으나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니…." ('삼국유사' 중에서)
국보 '성덕대왕신종'은 우리에게 '에밀레종'이라는 이름으로 친숙하다.
신라 제35대 왕인 경덕왕(재위 742∼765)이 아버지인 성덕왕(재위 702∼737)의 위업을 기리기 위해 만들기 시작해 그 아들인 혜공왕(재위 765∼780) 대인 771년에 완성됐다.
우리나라 종 가운데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 성덕대왕신종의 울림이 잠시 멈춘 가운데, 깊고 그윽한 울림을 다시 들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보 '성덕대왕신종' |
성덕대왕신종은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가장 큰 종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은 "국보 '상원사 동종', 보물 '청주 운천동 출토 동종'과 더불어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완전한 형태의 통일신라시대 범종 3구 중 하나"라고 소개한다.
이 종은 당초 봉덕사에 봉안돼 '봉덕사종'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후 영묘사를 거쳐 경주읍성 남문 바깥의 종각에서 시각을 알리는 역할도 했다.
일제강점기였던 1915년에는 경주부 관아였던 옛 경주박물관으로 옮겨졌고, 1975년 국립경주박물관이 현재 위치에 신축되면서 야외 종각에 전시돼 있다.
국보 '성덕대왕신종' |
종의 높이는 약 3.66m, 무게는 18.9t(톤)에 이른다.
특히 구름을 타고 날아오를 듯한 비천(飛天·하늘을 날아다니며 하계 사람과 왕래한다는 여자 선인을 뜻함)상은 기법이 화려하고 독창적이다.
그러나 '천년의 울림'은 현재 멈춘 상태다.
'천년의 소리'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으로 친숙한 우리나라 대표 범종 |
국립경주박물관은 1992년을 마지막으로 정기 타종을 중단했다. 이를 두고 '종은 본래 쳐야 하는 것'이라는 주장과 '종을 계속 치면 훼손될 위험이 크다'는 의견이 맞서면서 논쟁이 이어지기도 했다.
타음 조사는 종을 실제로 두드려 울리는 소리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한다.
종이 내는 고유의 진동(고유주파수)과 미세한 비대칭으로 인한 맥놀이 현상은 균열이나 변형이 생기면 곧바로 달라지기에 이를 관찰하기 위함이다.
용뉴와 음통 |
맥놀이는 진동수가 비슷한 둘 이상의 소리가 간섭을 일으키는 것을 뜻한다.
국립경주박물관이 2020∼2022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펴낸 '성덕대왕신종 타음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고유 주파수나 음색은 과거 조사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보고서는 "1996년, 2001∼2003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비교했을 때 진동수나 주파수의 변동은 거의 없었으며 종소리에 문제가 있을 만큼의 변화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종 표면의 천인상 |
대체가 불가능한 유물인 점을 고려하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나온다.
오 교수는 "타종 시 종의 몸체보다 용뉴에 큰 응력이 발생하므로 혹시 모를 용뉴 부분의 파손에 대비해야 한다"며 "낙하 방지대를 상시 설치해놓는 것이 안전하다"고 제언했다.
또 재료적 특성을 고려해 "동절기(11∼2월)에는 타종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는 의견을 냈다.
고유 주파수 측정치 |
박물관은 성덕대왕신종을 안전하게 보존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고서는 "성덕대왕신종의 경우, 3차원(3D) 자료는 확보되어 있으나 컴퓨터단층촬영(CT) 자료는 현재까지 없는 실정"이라며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또 "다년간 타종을 하지 않은 것이 보존에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며 "현재 야외에서 전시 중이므로 주기적인 모니터링으로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고 짚었다.
박물관은 이날 오후 7시 야외 종각에서 시민 771명을 초대하는 공개 행사를 연다.
성덕대왕신종의 깊은 울림을 관람객에게 직접 공개하는 것은 2003년 타음 조사 이후 약 22년 만이다. 개천절인 10월 3일 열린 당시 조사에서는 18차례에 걸쳐 타종했다.
성덕대왕신종과 종각 |
박물관은 2029년까지 향후 5년간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매년 9월 한 차례 공개 행사를 열어 보존·관리를 위한 자료를 쌓아가는 한편, 국민들이 성덕대왕신종의 신비로운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박물관은 새로운 전시 공간인 '신종관'(神鍾館) 건립도 추진 중이다.
최근 기후 변화를 둘러싼 우려가 큰 가운데 지금처럼 야외에서 유물을 전시할 경우 각종 재난이나 재해, 극심한 온도 차 등으로 보존 환경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박물관 측은 "신종관이 마련되면 천 년 넘게 이어져 온 성덕대왕신종의 울림을 보다 안정적이고 쾌적한 환경에서 지켜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2023년 발간된 조사 보고서 표지 |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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