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강조하는 의장성명 나올 수도…'경주 선언'에 반영은 쉽지 않아
한미·한중 정상회담 논의 내용 주목…북미정상 깜짝 회동여부도 관전 포인트
2019년 6월 만난 트럼프와 김정은 |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외교전이다.
APEC이 경제·무역 이슈를 다루는 다자회의 성격이긴 하지만, 그 계기로 한반도 핵심 이해 관계국들의 정상이 한곳에 모이는 데다 북한이 미국과 조건부 대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각국 우선순위에서 점차 밀려나는 한반도 문제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환기하고 우리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촉구할 기회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 '경주 선언'에 한반도 문제 반영은 쉽지 않아…의장성명엔 담길 수도
의장국인 한국은 정상회의의 의제나 정상선언문 작성을 주도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결과문서인 '경주 선언'에 한반도 문제가 담길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도 APEC 회원국이니 '북한 비핵화'를 담기는 어렵더라도 한반도 긴장 완화를 지지한다는 내용 정도는 반영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북핵이 위협하는 동북아 안정이 곧 경제와 무역 안정과 직결된다는 논리를 내세울 수도 있다.
다만 APEC이 기본적으로 경제 문제를 다뤄왔던 회의체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경제 현안을 다루기엔 운신의 폭이 제한적인 것은 사실이다. 정상선언문도 주로 경제문제로 채워진다.
외교 소식통은 "APEC에서는 관행적으로 정치적 문제를 많이 다루지 않는다"며 "APEC 정상선언문에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정치적 문제가 반영되는 사례는 드물다"고 말했다.
전례를 보면 세계사에 충격을 준 9·11 테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만 예외적으로 APEC 선언문에 내용이 반영됐을 뿐이다.
대신 한반도 문제에 초점을 맞춘 의장성명이 따로 발표될 가능성은 있다.
2005년 부산 APEC 때도 정상선언문과 별도로 성명이 나왔다. 문서를 내는 대신 수위를 조절해 의장국이던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구두로 발표하는 형식이었다.
당시 회의가 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등이 참가한 6자 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9·19 공동성명'이 도출된 직후에 열려 분위기도 좋았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주변국가에 한반도 문제가 중요한 우선순위로 있지 않으니 이번 APEC 회의를 활용해 한반도 문제와 남북관계 개선, 비핵화 문제 해결 중요성을 알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 계기에 진행할 미국·중국 등과의 양자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북한이 우리를 적대국으로 상정하며 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의 '키 플레이어'들인 미국·중국과의 긴밀한 협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선 북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하면서도 북한과 대화를 재개할 방안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중 정상회담도 관심이다. 이 대통령은 '북핵 불용'이라는 중국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한반도 문제 진전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 트럼프, 김정은에 '만남' 제안할까…2019년의 추억
APEC 회의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북미 정상의 '깜짝' 회동이 성사될지다.
당초 APEC을 계기로 한 트럼프-김정은 만남에 다소 유보적이던 외교가 분위기는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미 메시지를 발표하면서 사뭇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한미정상회담에서 그와 연내 만나고 싶다고 밝혔고,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언급하며 비핵화 목표 포기를 전제로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화답하는 모양새가 됐다.
예측불허한 트럼프 대통령 성향상 언제 김 위원장에게 러브콜을 보낸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이던 2019년 6월 29일 트윗을 올려 김정은에게 '판문점 회동'을 제안했고, 그로부터 5시간 여만에 북한이 긍정적 담화를 내면서 이튿날 만남이 전격 성사된 전례가 있다.
물론 지금은 당시와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
'하노이 노딜' 이후긴 했지만 북미대화의 불씨가 살아있던 2019년과 달리 지금은 북미 간 대화가 실종된 지 오래다. '비핵화 포기'라는 북한이 내건 대화 조건도 미국이 수용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기존의 외교 문법에 얽매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하면 그가 한반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목표와는 별개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부르며 북한이 핵무기를 가진 현실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회담하는 김정은과 트럼프 |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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