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7 (일)

    이슈 뮤지컬과 오페라

    초연 앞둔 '화전가'와 예술의 진정성[최상호의 오페라 이야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파이낸셜뉴스

    "너는 준비되었는가?"

    이 물음은 늘 인간의 삶을 가로지른다. 우리는 흔히 죽음을 앞둔 자에게 던져지는 질문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매일의 선택과 책임 앞에서 우리를 붙잡는 물음이다. 예술가가 무대 위로 오르기 직전 침묵 속에서, 혹은 사회가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하는 순간에도, 이 질문은 다시 떠오른다.

    오늘날 세계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 전쟁과 정치적 분열, 경제적 위기와 문화 예산의 축소가 예술의 토대를 흔든다. 유럽의 오페라하우스들이 긴축 속에서 정체성을 지켜내려 애쓰듯, 한국의 국립오페라단 또한 불안정한 제도적 환경 속에 서 있다. 공연장은 언제든 문을 닫을 수 있고, 정책적 지원은 한순간에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바로 이 불안의 시기에 "너는 준비되었는가?"라는 질문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현재 준비 중인 한국현대오페라 '화전가'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음악과 OTT산업이 결합하고, 공연과 AI가 결합하는 시대에 왜 과거의 이야기를 다루는지에 관심이 많았다. '화전가'가 1950년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이기 때문에 과거지향적인 작품을 한다는 다소 아쉬운 지적도 있다.

    예술에 있어서 '미래'는 단지 기술적 장식으로 꾸며진 것이 아니며 최신 기법을 빌리데에만 있지 않다. 오히려 전통을 현대의 언어로 재해석하고, 지금 이 시대 최고의 작곡가와 제작진을 통해 새롭게 생명력을 불어넣는 데 있다. 과거를 다루되 그것을 '현재의 창조'로 끌어올리는 것, 바로 거기에 미래 지향성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화전가'의 연출가 정영두는 이 작품에 관해 "뿌리를 떠나 꽃을 피울 수 없다. 과거를 보듬지 않고 미래로 갈 수 없다.

    예술은 언제나 사회의 거울이었다. 과거를 통해 오늘을 비추고, 오늘을 통해 내일을 여는 힘을 가진다. 그러므로 예술가와 예술기관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우리는 시대와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관객과 호흡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무너질 듯한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노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일 것이다. 오늘, 이 질문은 한국의 국립오페라단뿐 아니라 세계의 모든 무대 앞에 동시에 놓여 있다.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