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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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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뗄 수 없는 불편함…44년 만에 국내 개봉 '포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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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자벨 아자니·샘 닐 주연…안드레이 줄랍스키 감독의 1981년 개봉작

    연합뉴스

    영화 '포제션' 속 한 장면
    [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영화 전문 매체 인디와이어는 지난해 '역대 최고의 공포영화'로 1981년 개봉작 '포제션'을 선정했다.

    개봉 직후 당국의 검열로 곳곳에서 상영이 금지되거나 3분의 1이 잘려 나간 편집본으로만 상영된 문제작이 44년 만에 국내에서 정식 개봉한다.

    3일 영화사 찬란은 안드레이 줄랍스키 감독의 1981년 작 '포제션'이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오는 8일 개봉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영화 '포제션' 속 한 장면
    [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포제션'은 전쟁에서 돌아온 첩보원 마크(샘 닐 분)가 광기로 무너져가는 아내 안나(이자벨 아자니)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안나 역을 맡은 이자벨 아자니는 광기에 잠식된 절망을 한계까지 밀어붙인 연기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세자르영화상, 판타스포르토국제영화제, 상파울루국제영화제 등 주요 영화제에서 트로피를 안았다.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이른바 '지하철 시퀀스'는 영화 팬들과 평론가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언급되는 전설적인 장면으로 남아 있다.

    이자벨 아자니가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모를 괴이한 괴성을 지르며 지하철 통로를 헤매고,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고통을 호소하는 장면으로, 관객에게 몰입감과 불편함을 동시에 안긴다.

    부부의 갈등이 극에 다다르면서 간단한 대화도 숨이 턱 끝에 차듯 버거워지고, 서로를 향한 폭력의 수위도 점차 높아진다. 부부의 분노와 답답함,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가운데 방치된 어린 아들 밥의 앙상하게 마른 몸도 관객에게 불편함과 공포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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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포제션' 포스터
    [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포제션'은 충격적인 소재와 높은 수위로 개봉 직후 거센 검열을 받았다.

    1980년대 영국에서는 사회적 해악이 될 수 있는 영화를 일종의 블랙리스트인 '비디오 나스티'(Video Nasty)로 분류해 상영을 금지했다.

    '포제션'은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1978), '이블 데드'(1981), '카니발 홀로코스트'(1987)과 함께 상영금지 처분을 받았고, 개봉 후 18년이 지난 1999년에야 정식 상영 허가를 받았다.

    미국에선 개봉이 이뤄지기는 했지만, 124분인 원본 상영 시간에서 40분 이상이 잘려 나가 81분짜리 검열판으로 상영됐다. 흥행 성적도 제작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그쳤다.

    때를 잘못 만났던 '포제션'이 영화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2000년대 들어서다. '비디오 나스티' 분류는 이후 강한 장르적 색채에 대한 검증처럼 작용해 마니아층의 호응을 얻었다.

    '포제션'은 2010년 DVD와 블루레이로 출시됐고, 2021년에는 개봉 40주년을 기념해 4K 리마스터링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포제션' 촬영 당시 줄랍스키 감독은 아내와 불화를 겪고 있었고, 훗날 이 영화가 자기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지막 작품 '코스모스'(2015)로 로카르노영화제 감독상을 받으며 거장으로서의 예술적 역량을 입증한 그는 2016년 암 투병 끝에 향년 75세로 생을 마감했다.

    연합뉴스

    안드레이 줄랍스키 감독
    [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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