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해제 요구에는 동의 여부 안 밝혀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환영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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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가자지구 전쟁이 오는 7일(현지시간) 발발 2주년을 앞두고 중대 분수령을 맞았다. 하마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합의한 '가자 평화구상'에 일부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다. 그러나 일부 항목에 대해선 동의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 후속 협상에 가자지구의 운명이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마스 "세부 협상 들어갈 준비됐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3일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생존자와 유해를 포함한 모든 인질의 석방을 승인한다"면서 "중재자를 통해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협상에 들어갈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의 국민적 합의에 기반하고 아랍 및 이스람의 지지를 받는 팔레스타인 독립기구(테크노라트)에 가자지구 행정권을 이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랍, 이슬람, 그리고 국제사회의 노력과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 감사하며, 가자지구 전쟁 종식, 포로 교환, 그리고 즉각적인 지원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날 성명에서 무장 해제 동의 여부 등 일부 항목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간 미국과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무장 해제를 요구해왔으나 하마스는 이전까지 해당 요구를 거부해왔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단계적인 철군에 동의하지 않았으며,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철군을 요구해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은 일단 즉각 환영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가 성명을 발표한 지 2시간 만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나는 그들(하마스)이 지속적인 평화에 대한 준비가 돼 있다고 믿는다"며 이스라엘에 인질들의 안전한 석방을 위해 폭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도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 작전을 중단했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4일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모든 인질을 즉각 석방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의 첫 단계를 즉시 이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과 완전한 협력을 통해 전쟁을 끝낼 것"이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과 일치하는 이스라엘의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시티 점령을 위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는 2일 가자시티에서 폭격 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뉴세이라트=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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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무장 해제·전후 가자 통치 등 변수
하마스가 일부 조건 수용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가자 전쟁이 중대 기로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마스 고위 간부인 무사 아부 마르주크는 이날 중동 알자지라방송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평화위원회' 구상에 거부한다며, 외부 기구가 자신들을 통제하는 걸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부 마르주크는 "팔레스타인인이 아닌 누구도 팔레스타인을 통제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평화위원회 위원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참여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마르주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그대로 수용하진 않을 것이며, 협상이 전제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무장 해제 관련 협상이 이뤄져야 하며, 이스라엘이 공격을 중단하는 게 우선순위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날 하마스의 추가 협상 요구 등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후속 협상이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구상안 실행이 좌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엑스(X)에서 "예상 가능했던 것"이라며 하마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사실상 거절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무장 해제 거부, 가자지구 통제 유지, 인질 석방을 연계시키는 협상 등에 여러 문제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받아들이든가 말든가'식 제안을 본질적으로 거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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