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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미술의 세계

    [신간] 마종기 5년 만의 시집 '내가 시인이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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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만 루슈디 에세이·비평·연설 모은 '진실의 언어'

    편혜영 소설집 '어른의 미래'·포스텍 SF 어워드 작품집 '대각선 논법'

    연합뉴스

    [문학과지성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내가 시인이었을 때 = 마종기 지음.

    "70년 전 난리통에 점심은 못 먹어도 / 초여름 그 들길에 화사하게 피어 있던 / 들꽃과 바위와 산새 들과 시냇물, / 그 안에서 자라던 내 어린 희망들이 / 지금도 오순도순 잘들 살고 있을까?"(시 '동화사 가는 길'에서)

    1959년 등단한 시인 마종기(86)가 5년 만에 펴낸 시집으로,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생활해야 했던 아픔과 유년 시절의 애틋했던 기억을 담은 시들을 수록했다.

    시인은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1965년 한일협정 반대 입장을 밝혔다는 이유로 구속됐다가 전역 후 미국으로 가서 돌아오지 않는 조건으로 11일 만에 풀려난다. 시인의 아버지인 아동문학가 마해송은 아들을 걱정하다가 1966년 별세했다.

    이번 시집에는 시인이 힘겨운 시간을 견디게 해준 시를 향한 절절한 애정을 담은 시들도 실렸다.

    "젊은 날에는 / 좋은 시인이 되고 싶어 몇 번이고 / 술 마시고 취해서 땅에 쓰러졌다. / 바른 길 외치다가 감방에도 갔다. / 종국에는 온몸에 상처만 쌓이고 / 나라를 멀리 떠나 외로워져서야 / 나그네가 된 나에게 네가 다가왔다."(시 '먼 길'에서)

    아울러 책 말미에는 시인이 자기 인생을 술회한 짧은 산문 '영웅이 없는 섬'이 수록됐다.

    문학과지성사. 152쪽.

    연합뉴스

    [문학동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진실의 언어 = 살만 루슈디 지음. 유정완 옮김.

    장편소설 '한밤의 아이들'로 부커상을 받고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단골로 거론되는 영국 출신 미국 작가 살만 루슈디(78)의 에세이, 비평, 연설을 모은 책이다.

    수록된 총 43편의 글은 2003∼2020년 발표한 것들로, 주제에 따라 4부로 나뉘어 있다.

    1부는 스토리텔링을 인간의 근원적 욕망으로 규정하며 그 성격에 대해 논하고 작가로서 자신의 창작론을 펼친다. 2부는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를 비롯한 문학 거장들의 작품과 삶을 비평한다.

    3부는 자유가 무참히 공격받는 시대 예술과 문학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작가의 역할은 무엇인지 성찰한다. 4부는 회화, 설치미술, 사진 등 문학 외 예술 영역에서 표현의 자유를 짚어본다.

    문학을 바라보는 루슈디의 관점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루슈디는 문학을 갈망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고 역설하며 혼란의 시대 문학의 역할을 강조한다.

    문학동네. 596쪽.

    연합뉴스

    [문학동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어른의 미래 = 편혜영 지음.

    올해로 등단한 지 25년이 된 편혜영(53)이 처음 펴낸 짧은 소설집으로, 일반적인 단편보다도 짧은 분량의 소설 11편을 수록했다. 그간 문예지 등에 발표한 7편의 소설과 미발표작 4편을 엮었다.

    '어른의 호의' 속 기명은 느닷없이 등장해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한 남성 때문에 불안해하며 그간 자신이 누군가에게 원한 살 만한 행동을 했는지 돌이켜본다.

    '이윽고 밤이 다시'의 이수는 한밤에 어떤 여자에게서 전화를 받는데, 상대방은 "내가 누구인지 생각해내야 할 거야"라고 협박하듯 말한다.

    이처럼 일부 수록작은 평범하고 고요한 일상이 작은 사건에 의해 무너지고 공포로 뒤덮이는 순간을 포착해 서늘한 감각을 느끼게 한다.

    따스한 온기를 느끼게 하는 소설들도 있다. '신발이 마를 동안'은 상사들이 출근하지 않아 사무실을 지키고 있던 스무 살 사회 초년생이 불쑥 찾아온 외판원이 비에 젖은 것을 보고 쫓아내지 않고 시간을 보내도록 배려하는 이야기다.

    '아는 사람'은 어린 시절 부모가 사기 범죄를 저지른 탓에 수시로 전학해야 했던 승주가 성인이 되어 어린 시절의 친구와 우연히 재회해 위로받는 이야기를 담았다.

    문학동네. 224쪽.

    연합뉴스

    [은행나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대각선 논법 = 박건률·이후영·김정수 지음.

    이공계 대학생과 대학원생만 지원할 수 있는 '포스텍 SF(과학소설) 어워드' 2025년 수상 작품집으로, 대상을 받은 박건률 작가의 표제작과 최우수상을 받은 이후영·김정수 작가의 작품까지 총 3개의 단편이 실렸다.

    표제작은 블랙홀 주변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 '우주 일식'을 경험한 이들의 군상을 그린다. 우주 일식은 눈을 뜰 수 없는 찬란한 광채와 함께 미래를 경험하는, 기존 물리학의 모든 법칙을 무시하는 현상이다.

    심사위원인 소설가 김희선은 "이 소설은 사실 어딘가 거칠면서도 듬성듬성하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런 문제들이 일종의 시적 함축미로 보일 만큼 발상과 거침없는 전개가 눈에 띄었다"고 평가했다.

    이후영의 '감정의 땅'은 인간이 '양산인간'과 '순수인간' 두 계급으로 나뉜 미래의 이야기다. 하층 계급인 양산인간이 혼자 미개척 행성에 도착하는데, 이 행성에 형성된 자기장에 따라 생명체의 감정이 좌우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김정수의 '확률적 유령의 유언'은 유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자식들이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전 남긴 자료들을 기반으로 '확률적 유령'의 형태로 아버지를 되살려내는 내용이다.

    은행나무. 252쪽.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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