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교원 10명 중 8명은 비정규직…석·박사 출신도 처우 열악
제579돌 한글날을 맞이한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5 제 16회 광화문광장 휘호대회‘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한글을 쓰고 있다. 이번 대회는 총 35개국 약 400여명이 참가했다. 2025.10.9/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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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K팝과 각종 K 콘텐츠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연일 뜨거워지고 있지만 최전선에서 한국어의 매력을 알리고 있는 교원들의 처우는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갑질119는 한글날이 579돌을 맞은 9일 한국어교원 6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교원 10명 중 8명은 비정규직자였으며 52.6%는 월평균 급여가 200만 원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어 교원들의 급여가 낮은 이유는 계약 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직자 A 교원은 "몇 학교를 해도 (수업 시간을) 주 10시간 이내로 하라고 한다. 초단시간 노동자로 노동법에 정해진 모든 것에도 적용되지 않는다"며 "안정감이 없고 대우도 좋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교원 B 씨는 "일방적으로 지급되던 수당이 폐지된다고 통보받았다"며 "배정받은 수업이 개강 전 일방적으로 취소된 적도 있다"고 했다. 계약서 내용을 근거로 의문을 제기하자 "사인하기 싫으면 하지 말고 나가라"라는 폭언까지 들었다는 것이 B 씨의 설명이다.
하지만 교원들은 강제된 계약서에 비해 더 오래 일하고 있었다. 이들의 실제 근무시간은 주 15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한국어교원의 81.6%는 주 평균 강의 수반 업무(강의 외 노동) 시간이 5시간 이상이라고 답했다.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지만 그림자 노동 취급을 당한 셈이다.
한국어교원 10명 중 8명 이상은 "최근 3개월 기준 개인 소득이 생계유지에 충분하지 않다"고 대답했으며 이들 중 39.7%는 "부족한 생계비를 메꾸기 위해 별도 경제 활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불안한 고용과 낮은 보수에 한국어교원의 대다수는 "지인을 한국어교원으로 추천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어 교원들의 고용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점차 확대되고 있는 한국어 시장의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어 학습 시장 규모는 72억 달러(10조 2200억 원)로 평가되며 2034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약 25.1%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문화재단에 따르면 외국인 등이 주로 응시하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자는 2012년 약 15만 명에서 2019년 37만 명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이창용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한국어교원지부장은 "석·박사 학위를 가진 전문가의 절반 이상이 월 200만 원도 안 되는 소득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재계약 불안 속에서 갑질과 부당 처우를 감내하고 있다"며 "정부와 교육기관은 한국어교육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먼저 한국어교원의 노동 현실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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