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보건소 접종실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량을 확인하고 있다./사진=광주 북구,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코로나 백신 접종이 대장암, 폐암, 유방암 등 6개 암 발병과 연관성을 보인다는 국내 연구진의 발표에 의료계가 들썩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백신 포비아(공포증)'를 부추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감지된다. 다만 의료계에선 이 연구가 코로나 백신과 암 발병의 연관성만을 보여줄 뿐, 인과관계를 다룬 것은 아닌 만큼 과잉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
"코로나 mRNA 백신, 암 위험 높여"
━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26일 국제학술지 '바이오마커 리서치'에 코로나 백신 접종이 암 발생과 연관성을 보인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2021~2023년 840만7849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눴다. 그리고 '다변량 콕스 비례 위험 모델'(여러 예측 변수가 생존 시간에 미치는 영향을 동시에 분석하는 통계 모형)을 사용해 1년 후 암의 누적 발생률과 그에 따른 위험을 추정했다.
그 결과 코로나 백신 접종은 갑상선암, 위암, 대장암, 폐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 6개 암의 발병 위험 증가와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다. 최소 20%(유방암)에서 최대 68%(전립선암)까지 진단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백신 유형별로는 cDNA 백신(얀센)이 갑상선암, 위암, 대장암, 폐암, 전립선암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었다. mRNA 백신(화이자·모더나)은 갑상선암, 대장암, 폐암, 유방암 위험 증가와 관련성이 나타났다. 두 종류를 번갈아 맞는 이종 접종은 갑상선과 유방암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었다.
연구팀은 "코로나 백신으로 유발된 과염증과 관련된 분자적 기전을 포함해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4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료급여법 일부개정법률안,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접종 피해보상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 일괄 상정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
의료계 "코로나 백신이 암 위험 키운다는 의미 아냐"
━
코로나 백신을 맞은 사람이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보다 1년 안에 여러 유형의 암을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내용의 이 논문은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됐다. 해당 논문은 현재까지 10만건 이상 조회됐고, 이를 보도한 영국 데일리메디 기사에는 10일 만에 1000여건의 댓글이 달렸다.
다만 의료계는 해당 연구가 "코로나 백신이 암 위험을 키운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강조한다.
정재훈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 1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이 논문을 언급하며 "많은 한계가 있고, 잘못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연구"라고 평가했다.
그는 먼저 이 연구에서 백신 접종군과 미접종군에 대한 암의 '신규 발생'을 비교하려면 모두 시작 시점에 암이 없어야 하는데, 백신 접종군은 암 병력자를 제외한 반면 미접종군은 이런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접종군은 암이 확실히 없지만 미접종군은 이미 암을 앓거나 과거력이 있어 위험도가 높은 환자를 포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암이 '발병'한 게 아니라 병원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견'됐을 가능성도 꼽았다. 일반적으로 백신을 적극적으로 맞은 사람은 병원 방문이 늘고, 건강에 관심이 높아 암 검진도 더 열심히 받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이유가 영향을 미쳐 백신 접종군에 암이 더 많이 발견되는 '감시 편향'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반대로 다른 건강상 문제로 암에 위험이 큰 사람이 백신을 더 적극적으로 맞았을 가능성도 있다.
정 교수는 "팬데믹 초기인 2020~2021년은 많은 사람이 병원 방문을 꺼려 암 검진이 지연됐다"며 "이 연구의 기간(2021~2023년)은 백신 접종이 활발해짐과 동시에 미뤄왔던 검진이 재개되는 시기와 일치한다. 백신 접종 후 미뤄왔던 검진을 받으면서 일시적으로 암 진단이 급증했을 수 있으며, 이것이 마치 백신 때문인 것처럼 보이는 통계적 착시를 유발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계에서는 이 연구가 통계적 연관성을 보여주긴 하지만, 백신 접종(원인)과 암 진단(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는 데 결론이 모이고 있다. 이는 연구팀도 직접 언급한 바 있다. 해외에서도 △고형암이 덩어리져 진단될 만큼 발달하기까지는 보통 1년 이상 걸리고 △한국에서 실제로 6개 암이 많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백신이 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주장은 타당치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