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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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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로슈거’는 안전?…“설탕 음료보다 간 건강엔 더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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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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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을 위해 마신다’라고 믿는 저당 혹은 무당 음료가 일반적인 가당 음료보다 간 건강에는 더욱 나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국민 약 50만 명의 과거 질병 진단 기록, 질병 발생 여부, 건강 상태, 유전체, 생활 습관 등을 장기적으로 수집해 세계 최대 유전자 정보 보관소라고 불리는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12만 3788명을 평균 10.3년 간 추적 관찰한 결과, 하루 단 한 잔(237㎖)의 설탕 또는 인공 감미료 첨가 음료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대사기능 관련 기방간 질환(MASLD)이 유의미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산음료 한 캔은 일반적으로 355㎖이다. 237㎖는 2/3캔에 해당하는 양이다.

    연구 결과는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소화기학회 학술대회(UEG Week)에서 발표되었다. 연구 시작 당시 참가자들은 모두 간 질환이 없는 상태였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음료 섭취 습관을 24시간 식이 설문을 통해 반복적으로 조사했으며, 10년 이상 추적한 결과 1178명이 MASLD를 새롭게 진단받았고, 108명은 간 관련 질환으로 사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설탕이 든 음료(SSBs·sugar-sweetened beverages)는 MASLD 위험을 50% 증가시켰다.
    -저당 혹은 무당 음료(LNSSBs·low- or no-sugar beverages)는 위험을 60% 증가시켰다.

    두 음료 모두 높은 간 지방 함량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SSBs 혹은 LNSSBs를 매일 한 잔 이상 섭취하면, 섭취하지 않는 경우보다 간 지방 수치가 각각 5%와 7%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MASLD란 무엇인가?

    MASLD(대사기능 관련 지방간 질환)는 이전 명칭인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NAFLD) 의 새로운 이름이다.
    이는 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되어 염증(간염)을 일으키거나, 통증·피로·식욕 저하 등의 증상을 초래할 수 있는 질환이다.

    최근 MASLD는 심혈관 질환, 제2형 당뇨병, 신장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92편의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2025년)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38%가 MASLD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지난 20년간 약 50%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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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단맛 첨가 음료가 간에 해로운 이유

    연구진은 설탕이나 인공 감미료를 첨가한 음료가 간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설명했다.

    중국 쑤저우대학 제1 부속병원 류리허(Lihe Liu)연구원은 “설탕이 든 음료(SSBs)는 높은 당 함량으로 인해 혈당과 인슐린 수치를 급격히 상승시키고, 체중 증가와 요산 수치 상승을 유발하여 결과적으로 간에 지방이 축적되도록 만든다”라고 말했다.

    반면 “저당 혹은 무당 음료(LNSSBs)는 장내 미생물 균형을 교란하거나, 포만감을 방해, 단맛에 대한 갈망을 유발, 심지어 인슐린 분비를 자극함으로써 간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간 건강을 지키기 위한 생활 습관

    연구진은 간 질환 위험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몇 가지 제시했다.
    -설탕 또는 인공 감미료 첨가 음료 대신 물 마시기
    -건강한 체중 유지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단 유지 등이다.

    단맛 음료 대신 물 마시기가 핵심이다.

    류 연구원은 “가장 안전한 방법은 설탕이나 인공 감미료가 들어간 음료를 모두 제한하는 것이다. 물은 대사 부담을 줄이고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방지하며 체내 수분을 공급하기 때문에 제일 나은 선택이다”라고 강조했다.

    연구의 의의와 한계

    이 연구는 설탕이든 인공 감미료든 단맛 음료가 간 건강에 해롭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특히 다이어트 음료나 제로슈거 음료가 안전하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뒤흔든다.

    다만 LNSSBs와 간 질환 위험 간 관계에 대해 몇몇 전문가는 무설탕 음료를 더 많이 마신 사람들은 심혈관 또는 대사 위험 요인을 이미 안고 있어 대안으로 저당 또는 무당 음료로 전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기저 질환이 MASLD 발병률 증가 및 간 관련 사망률 증가와 관련이 있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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