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 챈들러에 위치한 인텔 공장./인텔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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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반도체 업계 최초의 2나노미터급 공정인 ’18A' 공정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플랫폼 ‘팬서 레이크(Panther Lake)’ 양산을 발표하면서 미국 반도체 산업의 제조 기술력 부활 가능성에 이목이 끌린다.
2010년대 들어 반도체 제조 경쟁력을 아시아에 내줬다는 위기감에서 시작한 미국의 제조 경쟁력 회복 프로젝트는 자연스럽게 미국 최대 종합 반도체 기업(IDM)인 인텔을 지원 사격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및 과학법’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기조로 하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 2나노급 공정 선제적 양산… 제조 리더십 회복하나
10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이 9일(현지시각) 발표한 인공지능(AI) 노트북용 프로세서 ‘팬서 레이크’가 지난 수년간 공정 경쟁에서 겪어온 지연과 불안정의 고리를 끊고, 첨단 제조 기술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실질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인텔은 미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팹52에서 신형 PC·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팬서레이크’와 ‘제온6+(클리어워터포레스트)’를 각각 양산 중이며 초도 물량은 올해 말 출하할 예정이다. TSMC와 삼성전자가 연내 2나노 양산을 예고한 가운데 재정난으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포기설까지 나왔던 인텔이 먼저 양산에 성공한 것이다.
인텔의 18A 공정은 새롭게 설계된 리본펫(RibbonFET) 트랜지스터와 파워비아(PowerVia) 백사이드 전력 기술이 결합된 노드다. 이 공정은 기존 3나노의 회로 선폭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전력 효율과 성능 균형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업계에서는 이번 18A를 통해 인텔이 기술 설계 측면에서 TSMC와 삼성전자 등 경쟁사와의 격차를 상당 부분 좁혔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특히 파워비아는 전력 공급 경로를 칩의 반대면으로 옮겨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기술로, 업계 최고 기술력으로 평가 받는 TSMC보다 근소한 차이로 상용화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또 인텔은 이번 18A 양산 발표와 함께 오랜 기간 연구개발에 매진해온 ‘멀티 칩렛 아키텍처’를 완성형으로 끌어올렸다. 멀티 칩렛 아키텍처는 성능 코어(P-core)와 효율 코어(E-core)를 조합한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인텔에 따르면 팬서레이커는 전 세대 대비 CPU 성능이 최대 50% 이상 향상되었으며, 통합 그래픽(GPU) 성능 역시 50%가량 개선됐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연산 성능은 초당 180조회 연산(TOPS) 수준에 달해, 로컬 환경에서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직접 구동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 美 현지 생산하는 최첨단 칩… 반도체 관세 이점도 주목
인텔 본사 전경./인텔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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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특징적인 점은 팬서레이크가 미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업계 최첨단 칩이라는 사실이다. 팬서레이크를 비롯한 18A 기반 제품은 모두 미 애리조나주 챈들러의 최신 팹(Fab 52)에서 생산된다. 오리건 연구개발(R&D) 센터와 뉴멕시코 패키징 시설을 포함해, 인텔은 미국 내에서 설계·제조·패키징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구조를 완성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기업에 압박하고 있는 ‘메이드인 아메리카(Made in U.S.)’ 기조에 완전히 부합하는 셈이다.
미 정부의 반도체 관세에 대해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인텔의 2나노 양산 돌입은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와 엮여 예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다.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비롯한 최첨단 칩을 모두 해외 생산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는 반도체 위탁생산 패권국인 대만과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카드로 인텔의 파운드리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할 공산이 크다.
TSMC와 삼성전자 역시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제조 공장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두 기업의 미국 현지 2나노 반도체 양산 시점은 빨라야 오는 2026년 말로 추정되며, 이듬해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인텔의 경쟁사인 AMD가 인텔 파운드리에 칩셋 발주를 타진 중이라는 외신 보도를 비롯해 인텔의 외부 고객사 유치도 적극적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립부 탄 최고경영자(CEO)가 선임된 가장 큰 이유를 인텔 파운드리의 고객사 유치 확대로 보는 시각이 유력하다”며 “이번 18A 양산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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