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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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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지구 환경을 바꾼 생명의 발자취…'생명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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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가 무속과 만난다면…'주술 왕국'

    연합뉴스

    [이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생명의 여정 = 피터 고프리스미스 지음. 이송찬 옮김.

    철학자인 저자가 탐구한 '의식 3부작'의 마지막 책. 저자는 38억년 지구사를 살펴보며 생명이 단순히 진화의 '결과물'이 아니라 환경을 바꾸는 '원인'이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동물들은 의식과 함께 환경을 변화시켰다. 문어는 조개껍데기와 돌로 정교한 은신처를 구축하고, 주변을 정원처럼 가꾼다. 주로 호주에 서식하는 바우어새는 과시를 위해 복잡한 구조물을 짓고 색깔별로 장식품을 배치한다. 비버가 서식하는 댐은 강 전체의 생태계를 변화시킨다.

    인간종인 호모사피엔스도 환경을 바꾼다. 그 변화의 규모는 전례 없을 정도다. 농업을 통해 식물과 동물 종의 진화를 직접 조작했고, 도시화와 건축으로 지구 표면을 바꿨으며, 산업혁명 이후에는 대기와 기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지구 생명사에서 최초로 단일종이 행성 전체를 변화시킨 사례다.

    그러나 저자는 인간을 자연의 '파괴자'나 '침입자'로 보는 관점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신 인간 역시 지구 생명사의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나타난 존재라고 말한다. 인류의 막대한 영향력은 매우 오래된 이야기의 급진적인 확장일 뿐, 자연과 단절된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김. 432쪽.

    연합뉴스

    [갈무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주술 왕국 = 김가현 지음.

    역사학자인 저자가 정치사에 영향을 끼친 무속 이야기를 한데 모았다. 저자는 연산군에서 시작해 광해군과 고종·명성황후를 거쳐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주술이 정치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책에 따르면 연산군은 언로를 틀어막던 '신언패'와 주술 의례에 집착했다. 명성황후는 무속인 '진령군'에게 사실상 작호를 부여하며 관직 매매까지 비호했다. 무속이 과거에만 세를 떨쳤던 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손바닥 '왕'(王) 자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저자는 "주술이 권력을 만드는 게 아니라, 위태로운 권력이 주술을 불러낸다"고 증언한다.

    책은 권력이 주술을 호출하는 작동 원리를 파헤친다. 또한 밀실 의사결정, 비선, 책임회피 등 주술이 작동할 수 있는 공간을 보여주며 나아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도 제시한다.

    저자는 주술왕국에서 주술국가로 가는 파국을 피하기 위해선 시민들의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연대와 정치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권력자들에 대한 검증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불합리한 권력에 대해선 마땅히 비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갈무리. 240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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