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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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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권력은 왜 신을 빌리는가?…'주술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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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시스

    [서울=뉴시스] 주술 왕국 (사진=갈무리 제공) 2025.10.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에서 무속과 권력의 결합은 은밀하지만, 끈질기게 이어져 왔다.

    권력자의 불안이 깊어질수록, 주술과 비선의 조언은 공적 제도의 경계를 넘어 권력의 중심을 파고들었다.

    불확실하고 통제하기 어려운 현실 앞에서 무력해진 사람들은 상황을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려는 강한 욕구를 품게 된다.

    특히 권력 갈등이나 정치적 사건은 일반 대중이 그 속사정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

    이때 주술적 해석이나 음모론 같은 '비공식적 이야기'는 복잡한 현실을 '선과 악'처럼 단순하고 명쾌한 구도로 설명해 주며 대중의 마음을 파고든다.

    역사학자 김가현은 연산군의 분노와 광기, 광해군의 불안과 집착, 고종의 무능과 현실 도피, 윤석열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관통하며 반복되는 권력과 주술의 결탁이란 불편한 진실을 파헤졌다.

    그는 책 '주술 왕국'(갈무리)에서 이를 '주술 의존형 권력 붕괴 모델'로 체계화해 지도자의 심리적 취약성에 따른 심리적 파국, 풍수와 도참 등 공간 논리에 매달린 공간적 파국, 사적 관계망이 공적 시스템을 잠식하는 관계적 파국으로 나눠 보여준다.

    저자는 실록, 학술논문, 언론 보도를 엮어 권력이 주술을 호출하는 작동 원리를 도식화하고, 오늘날 제도가 안고 있는 위험, 예를 들면 밀실 의사결정, 비선화, 책임 회피를 진단한다.

    이 책은 권력이 위기 속 어떻게 비합리적 믿음에 기대어 스스로를 파멸시키그 과정을 추적하는 최초 보고서다. 무속이 민간신앙이나 문화적 풍습을 넘어 여러 시대를 거쳐 권력 핵심부를 잠식해 왔음을 풍부한 사례로 보여준다.

    저자는 이러한 역사적, 현대적 장면들을 교차시켜 보여주며 "주술은 위태로운 왕좌를 구원하는 힘이 아니라, 무능을 가리고 책임을 전가하며 공적 시스템을 잠식하는 껍데기였을 뿐"이라고 말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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