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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PO 뜯어보기] 우주항공주 연이은 증시 연착륙 실패... 몸값 절충안 꺼내든 나라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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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비즈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초소형 관측 위성 '옵저버 1A' 임무 개념도./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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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2025년 10월 13일 16시 38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국내 유일의 상업용 초소형 관측 위성 운용사로 꼽히는 우주항공 스타트업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이하 나라스페이스)가 코스닥시장 상장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20대 중반의 천문우주학과 대학원생이 주변 대학생·대학원생을 모아 회사를 차린 지 꼬박 10년 만이다.

    상장 몸값은 최대 1900억원을 제시했다. 앞서 우주항공 스타트업들이 3000억원 넘는 몸값을 제시했던 것과 대조된다. 회사는 비교기업을 국내로 한정하고, 2년 뒤 예상 순이익에 20% 현가 할인율을 적용했다. 우주항공주로의 투자자 외면 속 ‘절충’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나라스페이스는 지난달 26일 금융위원회로 증권신고서를 제출, 코스닥시장 상장 공모 절차를 본격화했다. 지난달 19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로부터 상장예비심사 승인 결론을 받은 지 일주일 만으로, 상장 주관은 삼성증권이 맡았다.

    회사는 이번 상장에서 172만주를 전량 신주로 모집한다는 방침이다.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는 1만3100~1만6500원으로 정했다. 밴드 상단 기준 공모 규모는 284억원, 상장 후 시가총액은 1900억원으로 추산된다. 내달 30일부터 5일간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나라스페이스는 천문우주학 대학원생이었던 박재필 대표가 2015년 설립했다. 인공위성 부품의 국산 대체를 목표로 사업을 시작해 현재 부품은 물론 100㎏ 이하 초소형 위성 본체 제작, 위성 운용, 영상 판매, 데이터 분석까지 수행하는 우주항공 통합 설루션사로 변모했다.

    나라스페이스는 지난 2023년 11월 우주 환경 기술력 검증으로 통하는 ‘스페이스 헤리티지’도 확보했다. 16U급(약 20㎏) 고해상도 광학 위성인 ‘옵서버-1A’가 2023년 11월 성공적으로 발사되면서다. 16U급 전 세계 7번째 스페이스 헤리티지이자, 국내 유일로 파악됐다.

    스페이스 헤리티지 확보를 기점으로 나라스페이스의 실적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22년 10억원, 2023년 16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43억원으로 뛰었다. 한화시스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의 위성 제조 수주가 이어지며 올해 상반기 매출은 75억원을 넘어섰다.

    나라스페이스는 가파른 매출 증가에 힘입어 내년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1900억원의 기업가치를 산정했다. 내년 59억원 당기순이익 흑자 전환 후 2027년 82억원 순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 여기에 20% 현가 할인을 적용한 54억원을 기준으로 잡았다.

    상장 주관사인 삼성증권은 구체적으로 2027년 당기순이익의 현재가치 54억원에 쎄트렉아이와 AP위성을 각각 유사기업으로 선정, PER 평균 45.74배를 적용했다. 평가 시총은 2420억원 수준으로 할인율 21.63~37.78%를 적용해 1510억원에서 1900억원 몸값을 산정했다.

    우주항공 스타트업이 상장 몸값으로 2000억원 이하를 제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주도의 우주산업을 민간이 이어받는 ‘뉴스페이스 시대’ 개막 기대감이 번진 2023년 이후 상장 도전에 나선 우주항공 스타트업들은 4000억원 넘는 몸값을 꺼내기도 했다.

    나라스페이스의 조정된 몸값은 우주항공주의 현실을 반영한다는 평가다. 실제 1세대 우주항공 스타트업으로 2023년 9월 상장에 도전한 컨텍은 상장 후 몸값으로 최대 3238억원을 제시했지만, 현재 시총은 1340억원 수준으로 목표 시총과 비교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또 지난해 인공위성 시스템과 전장품을 만드는 우주항공 스타트업 루미르는 3600억원을, 우주발사체 제조사 이노스페이스는 4300억원을 목표했지만, 마찬가지로 시총 반토막 상황에 놓였다. 고평가 논란을 빚으며 공모 흥행 자체에 실패했고, 이후 주가도 부진했다.

    재무적 투자자(FI)들도 흥행 불안에 한걸음 물러섰다. 나라스페이스는 지난해 5월 신한벤처투자, 하이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335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유치 당시 기업가치가 1160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밴드 하단 몸값과의 격차는 30% 수준에 그친다.

    증권신고서에는 나라스페이스와 주관사인 삼성증권이 몸값을 낮추기 위한 고심의 흔적도 엿보인다. 나라스페이스는 관측 위성을 향후 군집 형태로 운영해 관측 영상 판매에도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위성 제조 매출이 높은 2027년을 몸값 산정 기준으로 잡아 우려를 낮췄다.

    상장예비심사 당시 비교기업으로 제시한 스파이어글로벌, 블랙스카이 등 글로벌 우주항공 기업들도 모두 배제했다. 기업가치 산정 과정의 모집단 선정 기준에서 이미 국내 상장사로 제한,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쎄트렉아이와 AP위성 두 곳만을 비교기업으로 정했다.

    다만 흥행 물음표는 여전한 상황이다. 우주항공 산업의 성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투자자 외면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상장 시총은 1900억원대로 낮췄지만, PER 배수가 45.7배로 컨텍(32배), 루미르(28배)의 상장 당시 PER 배수보다 높다는 점도 부담이다.

    공모주 투자를 주로 하는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사업 구조가 비슷한 컨텍과 루미르 등이 나라스페이스보다 낮은 수준의 멀티플을 제시했음에도 흥행 실패 후 주가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45배 멀티플은 수요예측 참여를 고민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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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동주 기자(dont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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