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인터뷰집 '우리가 헤어지는 것은 성장했기 때문이다'
작년 부커상 후보 오른 미국 장편소설 '헤드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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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김형의 뒷모습 = 유익서 지음.
원로 소설가 유익서(80)의 여덟 번째 소설집으로, 2018년부터 올해 초까지 발표한 일곱 편의 단편을 수록했다.
표제작은 경남 통영 한산도에서 생활하는 유씨 성을 가진 소설가가 젊은 날 친했던 동료 소설가 김씨의 갑작스러운 방문을 서술한 이야기다. 서로 유형, 김형으로 지칭하는 두 사람은 20여년 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문학에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절대 타협하지 않는 김형은 소설에 쓸 소재를 취재하기 위해 통영에 있는 상형문자 연구자를 찾아가지만, 연구자가 "소설과 얽히기 싫다"며 거절하자 낙담한다.
김형은 소설을 허무맹랑한 거짓 또는 가벼운 이야기로 치부하는 세태를 한탄하며 문학인으로서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수십 년을 문학에 매진한 작가로서의 허탈함과 분노가 묻어난다.
수록작 '달걀 벗기기'는 서정주의 친일 행적 때문에 그의 시가 교과서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을 접한 소설가가 충격을 받는 모습을 담았다. '옰'은 구(舊)소련의 소년 비쨔가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타고났음에도 반동적인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로 퇴학 처분을 받는 이야기다.
수록작들은 이처럼 문학과 예술이 여러 이유로 위기에 처하는 상황을 묘사하고, 이를 통해 예술의 존재 이유를 탐구한다.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는 소설집 '비철 이야기', '표류하는 소금', 장편소설 '아벨의 시간', '소설 진달래꽃' 등을 펴냈으며 이주홍문학상, PEN문학상을 받았다. 표제작 속 유형처럼 17년 전부터 한산도에 머물며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산지니. 272쪽.
[도서출판 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 우리가 헤어지는 것은 성장했기 때문이다 = 공지영·지승호 지음.
인터뷰 전문 작가 지승호가 소설가 공지영(62)을 인터뷰한 뒤 그 내용을 정리해 펴낸 책이다. 이런 방식으로 펴낸 책은 2008년 '괜찮다, 다 괜찮다'에 이어 17년 만이다.
공지영은 지난 7년 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끊고 서울을 떠나 지리산에서 가까운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에 정착해 꽃과 과일나무를 가꾸며 생활해왔다고 한다. 인터뷰는 공지영의 평사리 집에서 진행했다.
인터뷰를 관통하는 주제는 살아가면서 느끼는 여러 문제와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할 것인지, 그리고 이를 통해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 것인지다.
공지영은 "대부분의 고통은 내가 작아서 협소하고 어려서 오는 것"이라며 "그런 고통이 요구하는 건 '이 고통을 기회로 너는 더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책 제목은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남긴 "우리가 헤어지는 것은 역경 때문이 아니라 성장했기 때문이다"라는 말에서 가져왔다.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가까웠던 사람이 멀어지는 데서 오는 상실감에 관한 이야기도 담겼다.
공지영은 산 정상으로 갈수록 사람이 적은 등산길을 인간관계에 비유하며 "헤어진 친구들을 잘 생각해보면 '내가 성장했거나 그 친구가 성장했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한다. 또 "그러니 헤어졌다고 상처받지 말라"고 다독인다.
도서출판 온. 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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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드샷 = 리타 불윙클 지음. 박산호 옮김.
복싱 대회 '도터스 오브 아메리카컵'에 출전한 10대 소녀 8명의 모습을 그린 미국 작가 리타 불윙클(37)의 장편소설이다.
일반적인 청소년들의 스포츠 소설이 풋풋한 첫사랑이나 젊은 날의 방황과 성장, 우정과 학교생활 등을 다루는 것과 달리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상처받은 각자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이를 떨쳐내려는 듯 묵묵히 주먹을 휘두른다.
아버지의 시신을 마주해야 했던 상처, 사촌과 끊임없이 비교당하는 처지, 학교 폭력에 시달렸던 기억, 수영장 안전요원 일을 하다가 실수로 어린아이가 죽게 했던 사건 등 씁쓸한 각자의 사연이 펼쳐진다.
소설 종반부에는 경기가 끝나고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 모두 프로 복서의 길을 걷지 않고 약사, 배우, 웨딩 플래너, 대학교 교직원 등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며 살아가 격렬한 복싱 장면과 대비를 이룬다.
소설은 생동감 있는 묘사와 몰입감 높은 서사로 호평받으며 지난해 부커상 롱리스트(1차 후보)에 올랐고 퓰리처상, 더블린 국제 문학상, 조이스 캐럴 오츠상 후보로도 선정됐다.
민음사. 300쪽.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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