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릿터 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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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 56호는 "나의 외계인을 소개합니다"를 내걸고, 외계인을 통해 인간 존재의 경계와 정체성을 탐색한다. 김숨·차영은·이서수의 신작 소설과 박지영·문지윤의 인터뷰도 함께 실렸다.
이번 호는 우리 안의 낯선 존재, 타인의 얼굴을 탐색한다. 시인 신이인은 일본 드라마 '핫스팟' 속 "50대 아저씨 외계인"을 불러내 평범함과 특이함이 겹친 존재의 경계를 논한다.
문학평론가 최다영은 무라타 사야카의 '지구별 인간'을 분석하며, '이성애'와 '혈연관계'라는 정상성의 허상을 해체한다. 소설가 최재영은 에두아르도 멘도사의 '구르브 연락 없다' 속 외계인을 통해 "사랑에 빠진 인간"의 우스꽝스러운 고독을 포착한다.
미술 큐레이터 김신재는 영화 '디스트릭트 9'의 외계인 '프론'을 난민과 겹쳐 읽으며, 경계의 현실을 드러낸다. 소설가이자 스탠드업 코미디언 원소윤은 '어린 왕자' 속 왕자에게서 외계인을, 외계인에게서 어린이를 발견한다. 2차대전의 어린이와 가자 지구의 어린이를 겹쳐 보며, 전쟁이 만든 타자화의 비극을 성찰한다.
소설가 김희선은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의 폐쇄된 공동체를 통해 외계인 서사의 은유가 된 고립과 불안을 탐색한다. 박대겸은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 이후의 세계를 그리며, 가짜 뉴스가 진실을 대체한 시대의 감각을 드러낸다.
이번 호에는 작가 박지영과 리빙 스타일리스트 문지윤의 인터뷰도 실렸다. 신당동 시장 골목에서 만난 박지영은 '복미영 팬클럽 흥망사'의 뒷이야기와 함께 "이미 존재하는 것들로 서사를 빚는" 즐거움을 나눈다. 문지윤은 일상 속 사물을 엮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리빙 큐레이터로서의 감각을 전하며, "읽기와 일의 결이 닮았다"는 철학을 들려준다.
소설 코너에는 김숨의 '수평선 그리기', 차영은의 '시적 정의', 이서수의 '착한 사람 나진'이 수록됐다. 김숨은 요양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시선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사유한다.
차영은은 미국에서 '정의'의 의미를 새로 쓰는 젊은이들의 갈등을 그리며, 사회적 동일화의 폭력을 비춘다. 이서수의 경장편 '착한 사람 나진'은 전세 사기에 휘말린 30대 여성의 내면을 통해 인간의 불안과 생존의 윤리를 탐구한다.
'릿터' 56호는 "멀고도 가까운 외계인을 통해 우리 안의 타인을 발견하는 여정"이다. 낯선 존재를 상상하는 일은 결국 인간을 이해하는 일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 릿터 56호/ 민음사 기획/ 1만 3000원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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