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펠리페 하라밀로 WB 부총재 인터뷰
“미 관세정책·청년고용 불확실성 확대”
“신생기업 활력 높이고, 제도 개혁 속도 내야”
카를로스 펠리페 하라밀로 세계은행(WB) 동아시아·태평양(EAP) 지역 부총재는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WB본부에서 가진 한국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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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DC=김용훈 기자] “개혁의 속도가 늦춰지면 성장과 일자리 모두 정체된다. 특히 청년층의 일자리 질에 대한 불만이 확산되는 것이 우려스럽다.”
카를로스 펠리페 하라밀로 세계은행(WB) 동아시아·태평양(EAP) 지역 부총재는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WB본부에서 가진 한국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부임 한 달 만에 가진 이번 자리에서 그는 한국 경제의 장기 성장 전략과 청년 일자리 문제를 거듭 강조했다.
하라밀로 부총재는 “동아시아 각국은 과거 개혁을 통해 고성장을 이뤘지만, 최근 들어 구조개혁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며 “개혁이 늦춰지면 성장과 일자리 모두 정체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해 동아시아 지역 젊은 세대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일자리의 질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는 단순한 취업률 문제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인공지능(AI)과 자동화로 일자리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노동 수요의 형태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 수준을 끌어올려 미래 일자리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고, 신생기업이 쉽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한국은 지난 45년간 보여준 발전은 세계은행이 가장 자주 인용하는 성공 사례”라고 평가하면서도 “AI·자동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라밀로 부총재는 미국의 관세정책과 글로벌 경기 둔화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경제의 주요 불확실성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관세 정책의 변동성과 무역 갈등이 기업의 투자 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이런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성장세가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라밀로 부총재는 “신생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고도 말했다. 그는 “혁신적 기업들이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려면 금융 접근성과 규제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며 “현재 동아시아에서는 초기 기업들이 성장 단계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은 최근 발간한 ‘2025년 10월 동아시아·태평양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높은 관세와 정책 불확실성이 투자와 고용 결정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보고서는 또 “로봇과 자동화 기술이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며 “동아시아의 일자리는 AI보다 로봇 기술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WB는 올해 동아시아·태평양(EAP) 지역의 성장률은 4.8%, 내년에는 4.3%로 예상됐다. 올해 성장률은 지난해 5.0%보다 소폭 하향조정됐다. 중국은 4.8%에서 4.2%로, 기타 동아시아 국가는 4.4%로 각각 둔화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보고서에는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WB는 한국을 이미 고소득국(High-Income Economy)으로 분류해, 개도국 중심의 EAP 성장 통계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끝으로 하라밀로 부총재는 “한국은 더 이상 원조 수혜국이 아니라, 개도국에 경험과 지식을 전파하는 공여국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세계은행은한국의 혁신 정책, 인프라, 교육 시스템을 다른 나라와 공유하는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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