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간첩 깐수' 정수일 소장의 필생 연구 집대성…'문명교류학'
미국 달러화 지폐 |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 달러 이후의 질서 = 케네스 로고프 지음. 노승영 옮김.
하버드대 국제경제학 교수이며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저자가 여러 도전에 직면한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의 미래를 다각도로 내다본다.
책은 과거 70년에 걸쳐 달러가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통화로 거듭난 과정을 살펴보고서 중국이 주도하는 탈달러 거래 및 암호 화폐의 대두 등에 주목한다. 이를 토대로 "여러 수치로 보건대 달러 패권은 2015년에 정점에 도달하여 그 뒤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고 진단한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중국이 달러 블록에서 완전히 이탈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단언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추진하는 여러 정책은 달러의 패권을 더 약화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7월 서명한 대규모 조세·지출 법안에는 외국인 거주민의 투자소득에 최대 20%의 세금을 부과하도록 허용하는 조항이 있는데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책 표지 이미지 |
책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경제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달러의 미래에서 중요하며 특히 한국의 역할이 핵심적이라고 본다. 중국을 미국 못지않게 중요한 무역 상대로 여기는 한국으로서는 달러뿐 아니라 위안화의 동향도 환율에 반영할 것으로 예상되며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만약 달러가 지위 하락을 막고 패권을 유지하려면 미국이 휘두르는 헤게모니나 변덕에 대해 우방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이 애증 혹은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을 미국 당국자들이 깨달아야 한다고 책은 조언한다.
저자는 특히 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키우고 싶어 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한국이 이 분야 선도국임을 알면서 왜 협력을 증진하기보다는 징벌적 관세와 조건으로 한국의 뺨을 후려치려 들까"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미국의 동맹국이자 아시아 독재국들에 맞선 보루로서 한국의 중요성을 깨닫길 바란다"고 한국어판 서문에서 충고한다.
책은 달러의 장래가 밝지 않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가 합법적 거래에서 달러를 대체할 지배적 통화가 될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본다. 새로운 결제 수단이 세계 지하 경제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등 장기적 가치를 확보하고는 있지만 암호화폐와 법정통화는 정부가 규칙을 만드는 게임에서 대결하는 셈이어서 어떤 민간 통화도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윌북. 4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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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교류학 = 정수일 지음.
'무하마드 깐수'라는 이름의 아랍계 필리핀인으로 위장하고 간첩 활동을 한 것이 드러나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고, 문명교류 및 실크로드에 관한 연구에 정통했던 고(故) 정수일(1934∼2025)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책이다.
책은 고인이 문명교류학을 학문으로 정립하기 위해 30여년에 걸쳐 진행한 연구와 집필 활동을 갈무리한 유작이다.
정수일 |
개론서를 표방하는 만큼 여러 개념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흔히 동양과 서양으로 일컬어지는 동서의 지정학적 개념을 중세와 근세로 나눠 따져보거나 고고학적으로 그 연원을 모색한다.
문명과 문화, 문명진화론, 문명이동론, 문명순화론, 오리엔탈리즘, 문명충돌론 등의 개념도 고찰한다.
특히 핵심 개념인 문명교류에 관해 책은 "인간이 정신적·육체적 노동을 통해 획득한 서로 다른 결과물을 유무상통과 호혜의 원칙에 따라 주고받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필생의 과업을 책으로 집대성한 저자는 지구촌이 보다 평등하고 공정하며 풍요로운 사회가 되기를 염원한다.
"졸저의 집필 및 출간 목적은 문명교류를 핵심으로 하는 문명 전반에 관한 기초지식을 전수하고, 인류에게 '세계는 하나'라는 일체성과 호혜적 교류에 바탕을 둔 평화애호 정신을 함양해주며, 나아가 '범지구적 보편문명'의 실현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인류가 지향하는 공생공영의 미래사회 건설을 위한 방향타가 될 '문명대안론'과 그 실천방도를 모색하는 것이다."
창비. 860쪽.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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