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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점·선·면·모양·색이 시가 되는 순간…무늬로 읽고 무늬로 노는 동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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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무늬 도둑'

    뉴스1

    [신간] '무늬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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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최승호 시인이 언어놀이의 감각을 무늬의 세계로 확장한 동시집 '무늬도둑'을 펴냈다. 책은 점무늬에서 줄무늬, 면무늬와 꼴무늬, 색색깔무늬까지, 시와 그림이 맞물려 아이들이 무늬를 찾고 말의 리듬을 즐기게 하는 상상 동시집이다.

    한 장을 넘기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패턴이다. 이 책은 시의 제목 옆에 작게 그려 넣은 무늬 표시로 독자의 시선을 유도한다. 시에서 언어로 제시된 무늬를, 그림 속에서 다시 찾아보는 구성이 핵심이다.

    말 그대로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패턴을 따라가며 읽는 동안, 아이들은 낱말의 리듬과 사물의 형상을 동시에 배운다. 책은 점, 선, 면, 모양, 색이라는 시각 요소를 따라 다섯 갈래로 묶었다.

    첫 갈래는 점무늬다. 달마티안, 노랑거북복, 범고래 가족 같은 동물들이 등장하고, 땡땡이 무늬 옷을 입고, 사슴벌레의 소원, 유리를 닦으면 같은 시편들이 점의 표정을 다르게 보여 준다.

    점은 점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점이 모여 생긴 무늬는 곧 생김새가 되고, 생김새는 습성과 서식지의 힌트가 된다. 아이들은 작은 점 하나가 어떻게 세계를 설명하는 단서가 되는지 자연스레 익힌다.

    줄무늬 갈래에서는 해변과 숲, 부엌과 수조가 무대가 된다. 바다로 가는 길, 나이테, 라면, 무늬오징어,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장수말벌까지, 선은 규칙과 변주를 동시에 보여 준다.

    면무늬는 표면과 질감의 세계를 빚는다. 파인애플 녹음기, 메갈로돈의 이빨, 벌꿀오소리의 잠꼬대, 집 나간 거북이 마타마타, 개미지옥 개미귀신, 물장군 같은 작품에서 낱말은 만지고 싶은 감각으로 부풀어 오른다.

    모양을 다루는 꼴무늬에서는 상상력의 점프가 커진다. 한밤중 벼락, 별코두더지의 집, 원숭이난초를 들여다보는 원숭이들, 톱상어, 그믐밤, 노랑무늬붓꽃, 거품벌레, 무엇이 될까요 같은 시들은 자연의 기하학을 발견 게임처럼 만든다.

    색색깔무늬는 마지막 장에서 축제를 연다. 광대노린재, 공룡 박물관에서, 극락조 무용단, 멋쟁이새 등이 무대에 오르면 색은 성격이 되고, 표정이 되며, 춤이 된다. 색채를 단순한 색칠이 아닌 정보와 정서의 신호로 읽게 하는 대목이다.

    이 동시집의 또 다른 특징은 리듬이다. 최승호 시인은 반복과 변주의 장단을 잘 쓴다. 짧은 구절이 반복될수록 운율은 명확해지고, 아이들은 소리 내어 읽으며 말맛을 익힐 수 있다.

    △ 무늬 도둑/ 최승호 글·홍성지 그림/ 상상/ 1만 4000원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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