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6 (토)

    이슈 국악 한마당

    과기부 지원받아 만드는 국악 AI 음원[AI 지원 사각지대]②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AI 학습용 국악 데이터셋 구축' 작업

    "전통음악 왜곡된 AI 환경 바로잡으려"

    "최신기술과 결합 노력 지속돼야"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최근 찾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이음사운드 녹음실은 가야금, 거문고, 아쟁, 대금, 피리, 해금, 장구 연주자들의 소리가 방마다 울려 퍼지며 정악의 대표 레퍼토리인 ‘영산회상’ 전바탕 녹음이 한창이었다. 국악 합주곡 디지털 음원 데이터를 제작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합주는 물론 독주 음원으로도 추출할 수 있도록 ‘따로 또 같이’ 연주하는 방식으로 녹음이 이어졌다.

    국립국악원은 최근 인공지능(AI) 음악기술업체 뉴튠과 손잡고 ‘AI 학습용 국악 데이터셋 구축’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5 초거대 AI 확산 생태계 조성사업’에 선정된 것으로, 문화예술분야 기관이 이 사업에 이름을 올린 것은 국악원이 처음이다.

    이데일리

    ‘AI 학습용 국악 데이터셋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인 모습. 각 방에서 연주자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사진=이윤정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립국악원과 뉴튠은 정악·민속악·창작곡 등 총 1000곡을 선정해 악기별로 녹음을 진행하고 있다. 정악은 궁중음악과 풍류음악, 민속악은 판소리·민요·시나위·대풍류 등이 대상이다. 창작곡은 전통 장단과 선율을 바탕으로 새롭게 작곡된 곡 중에 선별했다. 녹음된 자료는 장단, 악기 구성, 감정(무드) 등과 같은 음악적 요소를 세분화해 데이터로 정리한다. 이렇게 구축된 AI 학습 데이터는 이용자가 원하는 스타일에 맞춰 ‘진짜 국악’을 구현할 수 있는 생성형 AI의 기반이 된다.

    현장에서 만난 홍세아 국악연구실 학예연구사는 “음원 생성 사이트에서 국악이 아닌 음악이 ‘전통음악’으로 제공되고 있다”며 “외국인들은 이를 한국의 전통음악으로 착각할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왜곡된 전통음악이 퍼져 있는 AI 환경 속에서 우리 국악기로 만든 제대로 된 음원을 퍼트려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AI 음악 제작 사이트 ‘유디오’(UDIO)에서 ‘국악’을 검색하면, 한복 차림의 인물이 정체불명의 악기를 든 이미지가 나타난다. 재생되는 음악도 국악을 흉내 낸 가짜 음원이다. 김채원 국악연구실 학예연구관은 “한복 패션쇼나 드라마 배경음악으로 국악을 쓰고 싶다는 요청은 많지만, 정작 활용할 수 있는 국악 음원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며 “1000곡을 제작 중인데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구축된 국악 데이터는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홍 학예사는 “넷플릭스가 추진 중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 후속작과 같은 작품에서 전통음악을 접목한 창작 국악이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악의 대중화는 물론, 세계화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종익 뉴튠 프로젝트 매니저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국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며 “사용자들의 감정이나 기분에 따라 맞춤형 국악 소리를 들려주는 음악 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학예관은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을 퉁해 AI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는 중국이 국악에도 AI로 ‘동북공정’(중국의 역사 왜곡)을 시도할 수 있다”면서 “국악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최신 기술과 결합하는 시도는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문화정보원은 소버린 AI 사업의 일환으로 ‘문화분야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및 활용서비스 발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에는 국립민속박물관의 한국민속대백과, 한복, 국악 등 전통문화 자원이 포함돼 있다.

    이데일리

    AI 음원 제작 사이트 ‘유디오’에 ‘국악’을 검색하면 나오는 이미지. 정체불명의 악기를 든 여인이 한복을 입은 채 앉아있다(사진=UDIO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