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쉐 에세이 '사랑을 시작하는 우리에게'
노숙인 시인의 첫 시집 '빗물 그 바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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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사랑하는 순간 영원을 살고 = 장은옥·김현경 지음. 안소영 그림.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시인 장은옥의 시와 딸인 소설가 김현경의 에세이를 엮은 책이다.
장 시인은 2005년 7월 대장암이 간까지 광범위하게 전이됐다는 진단 결과를 받고 항암치료와 수술을 받았으나 이듬해 12월 끝내 세상을 떠났다.
김 작가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유품을 정리하다가 시를 쓴 공책 한 권을 발견했고, 여기 담긴 62편의 시를 책에 수록했다. 아울러 어머니의 암 투병 과정,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 등을 담은 자신의 에세이를 더해 책을 구성했다. 여기에 더해 안소영 화가의 그림이 함께 실려 모녀의 애틋한 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강조한다.
김 작가의 에세이는 일상적이고 사소한 소재가 이별의 고통을 실감하게 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예를 들어 작가는 어머니가 암 판정을 받은 날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단 사실이 떠올라 컵라면을 끓였으나 그 맛이 쓰게 느껴져 도저히 먹지 못하고 버렸다고 털어놓는다.
김 작가는 "우리가 사랑하는 순간은 순간일지 몰라도, 진짜 사랑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한다"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이 아프고 고통스럽더라도 구태여 자꾸만 꺼내드는 것은 그 사랑을 오래오래 깨끗하게 잘 간직하기 위해서"라고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청미. 2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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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시작하는 우리에게 = 천쉐 지음. 조은 옮김.
성소수자의 사랑을 다룬 소설집 '악녀서', 동성 연인과의 결혼 과정을 담은 에세이 '같이 산 지 십 년' 등으로 잘 알려진 대만 소설가 천쉐의 에세이다.
'연인을 위한 50가지 연습'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작가는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 하는 방법론을 자기 경험과 함께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예를 들어 작가는 젊은 시절 만났던 연인 W를 떠올리며 "계속 이어갔다간 위험해지는 관계도 있다. 마음을 다치지 않으면 몸을 다치고, 심할 경우 서로를 잔인하게 죽일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W가 우울한 상태와 광적으로 난폭한 상태를 오가며 자해하거나 남을 해치려 들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조언 속에 일관되는 메시지는 누군가를 헌신적으로 사랑하면서도 자아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사랑할 때마다 기진맥진하는 당신, 문제의 원인은 상대의 배신 때문만이 아니라는 걸 나중에야 깨닫는다"며 "모든 사랑은 결국 '자아'의 문제"라고 말한다.
또 "상처받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연인에게 속아서가 아니다. 자신감은 부족한데 자존심은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당신 자신이 나약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글항아리. 3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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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물 그 바아압 = 권일혁 지음.
"장대비 속에 긴 배식 줄 / 빗물 바아압 / 빗물 구우욱 / 비잇무울 기이임치이 / 물에 빠진 생쥐 새끼라 했던가 / 물에 빠져도 먹어야 산다"(시 '빗물 그 바아압'에서)
성프란시스대학 노숙인 인문학 과정을 수료한 권일혁(73) 씨의 첫 시집이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30여년 동안 거리와 쪽방촌을 떠돌며 노숙인으로 살아온 시인의 삶에서 길어 올린 시 77편이 수록됐다.
표제작은 비가 오는 날 야외 배식대 앞에 서서 빗물 젖은 밥과 국, 김치를 받는 모습을 그려내 무엇보다도 강한 인간의 생존 본능을 표현했다.
이처럼 수록작들은 노숙인으로서 시인의 경험과 그 안에서 발견한 인간의 특성을 담았다. 매끄럽지 않거나 문법에 맞지 않는 시어도 날것 그대로 실었다.
걷는사람. 168쪽.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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