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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전은 드론전이다. 이미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수년간 증명된 사실이다. 안전한 장소에서 일방적인 적 타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무한한 전술적 가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적진 점령과 국토 방위 핵심인 육군 상대로 압도적 상성 우위를 지닌다. 주요 선진국들이 앞다퉈 군용 드론 기술 개발에 뛰어드는 이유다. 이밖에도 AI를 활용한 로봇개를 전장에 투입하는 등 전쟁 패러다임이 유인에서 무인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전장도 더욱 넓어지고 있다. 미래전은 드론전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우주전이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미 우크라이나는 스페이스X의 지구 저궤도 위성 통신 서비스 '스타링크'를 활용해 드론을 운영한다. 비단 드론뿐 아닌, 통신이 끊긴 마리우폴 지역에 스타링크로 통신을 잇고 물자를 배급하는 등 위성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
국내 최대 항공우주 방위산업 전시회 ADEX 2025에 드론 및 위성, AI 관련 무기체계가 대거 등장한 이유다. 최근 급격한 상승세에 올라탄 K방산 역시 당장의 수출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전을 대비한 드론과 인공위성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태동하는 K드론, 시장 주도권 잡아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차세대 공중전투체계(NACS)를 선보였다. KF-21로 대표되는 유무인 복합체계다. 유인기인 KF-21 조종사가 전장을 통제하고, 주변을 비행하는 다목적 무인기(AAP) 등이 실 임무를 수행한다.
대한항공은 3종의 무인기를 전시했다. 저피탐 무인편대기(LOWUS), 중형 타격 무인기, 소형 협동 무인기(KUS-FX) 등이다. 저피탐 무인편대기는 유인 전투기와 무인기 다수가 편대를 이루는 형태로 운용된다. 국내 최초로 저피탐 기능이 설계된 유무인 복합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한화는 에어로스페이스가 미국 제너럴 아토믹스와 공동 개발 중인 단거리 이착륙 무인기 GE-STOL을 전시했다. 더불어 AI 기반으로 피아를 스스로 식별하는 자폭 드론을 탑재한 다연장 로켓 천무 3.0도 부스에 자리했다.
LIG넥스원은 부스에 전장 혁신 구역을 설정하고 중형무인기 공통 플랫폼, 드론 탑재 공대지 유도탄 등을 공개했다.
휴니드 테크놀러지스(휴니드)는 FANET 기반 소형 장거리 정찰드론을 꺼내들었다. 고도화된 안테나 기술과 결합해 기존 통신거리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설명이다.
기존 방산 시장에서 독보적 영역을 보유하고 있던 기업이 드론 사업 분야를 급격히 확장하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초소형 지능형 드론(MID)를 공개한 풍산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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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현장에는 방산 대기업뿐 아니라 무인기 관련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이 대거 부스를 꾸리고 자사 기술력을 홍보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드론 부품 업체 관계자는 "아직 국내 드론 생태계는 태동하는 단계"라며 "지금은 온갖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난립하는 중인 만큼, 적극적으로 기술을 홍보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U에서 온 관람객은 "유럽 역시 드론은 신시장인 만큼 여러 업체가 생겨났다가 사라지면서 섹터 전체의 기술력이 발전하는 분위기"라며 "한국은 중소기업들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이 뛰어난 만큼 금방 시장을 주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드론전, 공격 만큼 방어도 중요"
비단 드론 기술 개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적성국들의 진일보한 드론 기술에 맞서 자국을 수호할 수 있는 '대 드론 기술' 개발 필요성이 부쩍 커지는 시점이다.
실제로 북한은 우크라이나전 파병으로 현지 전장에서 드론전 데이터를 대거 수집 중이다. 파병을 조건으로 중국과 러시아 등지에서 드론 기술을 전수 받고 있기도 하다. 북한의 드론 기술 약진은 지난 10월 10일 평양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두드러지는데, 여기서 자폭드론을 다연장로켓처럼 운용할 있는 북한판 '하롭' 다연장 이동식 발사대가 공개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ADEX 2025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전 실전 사례로 보는 드론·대드론 네트워크 작전 교훈 세미나'를 통해 "북한이 탄도미사일과 자폭 드론을 혼용한 섞어쏘기, 벌떼드론 공격을 상정한 것"이라며 "한미 미사일방어(MD)망을 무력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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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우크라이나가 드론을 민간 컨테이너 차량에 탑재해 러시아 본토에 침투한 후 후방 공군기지를 공격해 막대한 타격을 입힌 '스파이더 웹' 작전을 모방하고자 한다.
이승민 육군본부 방호전력과장도 "북한은 '트로이 목마'식 전술을 준비 중이다. 군집드론 발사체를 민간 화물차량, 화물선으로 위장시켜 반입하고 주요 시설을 공격하는 방법"이라며 "전후방 구분없는 대드론 작전 수행을 위해 방호목표별 대드론체계 전력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드론체계 전력 개발을 가장 아래서부터 떠받칠 일선 기업들은 여전히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토로하는 실정이다.
소프트킬(센서 교란 등 적 드론 공격 무력화 방식) 대드론 체계 수출을 시도하는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한민국은 인프라가 아직 너무 부족하다. 수출을 위해서는 국내 성능 검증 시설이 필요한데, 아직 국내에는 마련되지 않아 수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대드론 업체 관계자는 "아직 일선 현장에서는 국산 대드론 기술의 수요가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군 입장에서는 국산 대드론 기술이 아직 미성숙한 만큼 실전 사용이 어려운 것은 이해하지만 발주가 없으면 국산 업체들이 성장할 길도 없는 게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에도 국내 대드론 업체들이 개발한 드론건, 포획드론 등 다양한 대드론 체계가 전시됐으나 여전히 사거리, 주파수, 무게 및 운용 시간 등의 한계가 명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 기술 대거 등장…민간주도 우주개발 신호탄
현장에는 우주전을 대비한 위성체계와 차세대 통신 시스템 등도 대거 전시됐다.
주요 기업들 중에서는 KAI와 한화시스템, LIG넥스원이 적극적으로 위성을 개발 중이다.
KAI는 초소형 위성을 포함해, 차세대 중형위성, 광학 위성 등의 다양한 위성 모형을 준비했다. 현재 KAI는 사천 본사에 우주센터를 설립하고 150kg급 초소형 SAR(KSIS-K) 모형을 비롯해 1톤급 다목적실용위성 3A호, 차세대 중형위성 2호 등을 생산 중이다. 미래 6대 사업 중 위성/우주모빌리티를 설정하고, 우주센터에 열진공챔버를 구축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국내 최초로 실물 모형(목업)을 공개한 '초저궤도 초고해상도 지구관측 SAR 위성(VLEO UHR SAR)'을 공개했다. 현재 독자 개발 중인 이 위성은 지구 상공 400km 이하의 초저궤도에서 지상의 휴대폰이나 생수병 크기인 15cm급 물체까지 정밀하게 식별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해상도를 자랑한다.
현존 최고로 알려진 25cm급 SAR 위성의 성능을 월등히 뛰어넘는 것으로, 대한민국의 기술력으로 우주 감시정찰의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화시스템은 위성 제조와 운용을 넘어, 위성영상 서비스 및 인공지능(AI) 영상 분석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해 우주 산업 생태계를 주도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한화 그룹사 전체가 육해공과 우주를 통합한 무기체계를 강조했다.
지난해 출범한 우주항공청도 야심차게 부스를 마련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과 함께 우주항공관을 구성하고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차세대 중형위성,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등을 전시했다.
우주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직 한국은 미국과 다르게 민간주도 우주시장이 개척되지는 않았지만, 점차 주요 방산 기업들을 필두로 우주 기술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우주항공청이 2045년 화성 탐사라는 로드맵을 세우고 민간 주도 생태계 조성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지켜봐야 할 분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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