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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식물도 생각한다…신간 '빛을 먹는 존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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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생각의힘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식물은 감각이나 판단 능력이 없는 존재로 취급받았다. 찰스 다윈이 1880년 식물의 어린뿌리 말단이 "하등동물의 뇌처럼 작동한다"는 '뿌리-뇌'(root-brain) 가설을 내놓았지만, 동시대 식물학자들에게 맹렬한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식물이 뿌리로 수분을 탐지하고, 잎으로 빛의 각도와 세기를 계산하며, 자극의 빈도를 기억해 구분하고, 이웃 식물의 화학 신호를 해석한다는 연구들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학계에선 '식물에 지능이 있는가'라는 논쟁이 촉발됐다. 일부는 생리적 반응이라 일축했다. 또 다른 진영은 식물의 지능과 나아가 식물의 의식을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지능의 정의 자체를 다시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었다.

    미국의 과학저널리스트인 조이 슐랭거가 이 논쟁에 뛰어들었다. 그는 하와이 카우아이섬 절벽부터 칠레의 정글 등 지구 곳곳에서 실험을 진행 중인 과학자들을 뒤쫓아 취재했다. 신간 '빛을 먹는 존재들'(생각의힘)은 그 결과를 모은 책이다. 저자는 식물에도 지능이 있다고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식물은 가해진 접촉을 느끼고 반응한다. 인간의 신경계와 유사한 전압개폐 이온 통로와 신경전달물질이 있는데, 이들은 자극 부위에서 몸체 전체로 전기신호를 보내고 면역 체계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소리도 듣는다. 해변달맞이꽃은 꿀벌이 날아다니는 소리를 들었을 때 3분 내로 꿀의 당도를 높이고, 완두콩 새싹은 밀폐된 파이프 속에서도 물 흐르는 소리를 듣고 뿌리를 뻗는다.

    기억력도 있다. 나사 포이소니아나는 수분 매개자가 찾아오는 빈도를 기억하고, 다시 나타날 때를 예측해 꽃가루를 내놓는다. 친족 관계를 인식하기도 한다. 서양봉선화와 해바라기는 가족 개체가 이웃했을 때는 서로 그늘을 드리우지 않도록 잎과 줄기 각도를 조절하고, 질경이는 다른 종의 씨앗이 근처에 있으면 친족들과 발아 시기와 성장 속도를 맞춘다.

    저자는 "지금까지 우리는 돌고래와 개, 그리고 우리와 훨씬 가까운 사촌인 영장류처럼 인간과 진화적으로 비교적 가까운 동물들에게서만 지능을 찾았다"며 "하지만 이제 우리는 온갖 생물의 대단한 영리함이 인간과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정지인 옮김. 464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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