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IRP 시대, AI 자산관리 알고리즘이 은행 PB 모델 바꾼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에서는 최근 퇴직연금(IRP)과 적립금 시장을 중심으로 RA 서비스 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챗GPT 생성이미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산관리 서비스인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이 은행권의 새로운 무기가 되고 있다. 최근 국내은행들은 잇따라 퇴직연금(IRP)·적립금 시장을 중심으로 RA 투자일임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기존 PB(프라이빗뱅킹) 중심의 자산관리 모델이 알고리즘 중심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로보어드바이저에 주목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에서는 최근 퇴직연금(IRP)과 적립금 시장을 중심으로 RA 서비스 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파운트투자자문과 협업해 IRP 기반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일임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시작했다. NH농협은행도 유사한 서비스를 내놨고, KB국민은행 역시 제휴 확대를 통해 진입했다. 또 IBK기업은행은 최근 RA 일임서비스 제휴사를 3곳으로 확대했다. 5대 시중은행 중 3곳 이상이 RA 일임서비스를 시작했거나 준비 중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11월과 12월 출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는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혁신금융서비스(금융 샌드박스)로 지정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해당 서비스에 가입하면 IRP 계좌를 코스콤 테스트베드 심사를 통과한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으로 굴려주는 서비스다. 예·적금에만 투자금을 묶어두기 아쉬운 고객들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은행권이 RA 도입에 적극 나서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퇴직연금 시장 경쟁 심화가 이유로 꼽힌다. 은행이 전통적으로 강세였던 IRP·DC형 적립금 시장에서 증권사로 고객 이탈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RA를 통해 서비스 차별화하고 수익원을 확보하려 한다.
디지털 전환·운용비 절감 효과도 있다. 알고리즘 기반 자산관리는 인건비·운용비 부담을 줄이고 고객 접근성도 높일 수 있다. 또 개인·퇴직자 등 자산관리 수요가 확대되고 있고, 로보어드바이저는 상대적으로 적은 자산이라도 자동화된 운용을 가능하게 한다.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는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혁신금융서비스(금융 샌드박스)로 지정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더팩트 DB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 산하 증권 정보기술(IT) 전문기관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에 가입한 은행권 계약자 수는 17만3488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16만3854명)과 비교하면 1만명 가까이 신규 가입했다. 신규 가입이 늘면서 은행권이 다루는 로보어드바이저 투자금 규모는 6278억원을 기록했다.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은행권에 RA 도입을 앞당기는 배경이 되고 있다. 실제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센터에 따르면 올 2분기 테스트베드를 통과해 상용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RA 기반 퇴직연금 계약자는 전 분기보다 2.7% 늘어난 34만3533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운용 금액도 전 분기 대비 3.76% 증가한 1조172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다만, 이러한 변화에는 진입장벽과 리스크도 존재한다.
은행권 내부에선 알고리즘 운용에 대한 책임·성과 평가 지표 마련이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객에게 RA 서비스 모델·성과·리스크를 충분히 설명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아직 부각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향후 은행들이 RA 서비스를 통해 얼마나 빠르게 운용자산(AUM)을 확대할지, 특히 퇴직연금시장 내 RA가 노후자산관리의 핵심 채널로 자리잡을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적금 중심의 수신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수수료 기반 수익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카드가 로보어드바이저"라며 "퇴직연금 시장이 커질수록 은행·증권·핀테크 삼자 구도가 굳어질 것 같다. 제휴형이든 자체형이든 속도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eonyeong@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