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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이슈 이태원 참사

    "3년 만에 처음"…이태원 참사 현장서 주저앉은 외국인 유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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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적·종교 할 것 없이 울음바다…"이제야 만났다"

    참사 3주기 추모식…14개 국적 총 46명 방한

    뉴스1

    이태원 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을 찾은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2025.10.25/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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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나흘 앞둔 25일, 참사 당시 희생된 외국인 희생자들의 가족들이 처음으로 참사 현장을 찾았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옆 골목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추모식을 진행했다. 이번 추모식에는 외국인 희생자들의 가족들이 참석했고 이들 대부분은 참사 이후 처음 이곳을 찾았다.

    행사에 앞서 폭 2미터 남짓 좁은 골목에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헌화하는 시민들은 물론 벽면에는 '같이 걷겠습니다', '희미해지는 죽음이 아니라 더 기억하고 고민하는 것이 되기를'과 같은 문구가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행사에 앞서 도착한 보라색 점퍼를 차림의 유족 몇몇은 이미 눈시울이 붉어졌다.

    오후 1시가 조금 지나자 외국인 희생자의 가족들이 버스에서 내렸다. 이들 또한 보라색 점퍼 차림이었다. 서로를 마주한 유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헌화가 시작되자 울음소리가 골목길을 가득 채웠다. 히잡을 쓴 한 이란 여성은 떨리는 손으로 꽃을 내려놓으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눈물로 이미 다 젖은 손수건으로 휴대전화 화면을 닦아냈다. 그는 취재진에게 희생된 가족의 사진을 보여주며 연신 통곡했다.

    이들이 골목길로 올라간 뒤 한국인 유족들도 뒤따랐다. 한 유족은 "이게 뭐야, 우리 딸 좀 살려주세요"라며 소리치며 연신 골목길 벽을 두드렸다.

    참사 희생자 고(故) 이상은 씨의 이모 강 모 씨는 이날 호주 희생자 그레이스 라셰드 씨의 어머니와 이란 희생자 알리 씨의 가족을 끌어안고 함께 울었다. 강 씨는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외국인 유가족 초청을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져 다행"이라며 "그레이스의 어머니와는 예전부터 이야기했고 알리의 가족은 이제야 처음 직접 만나게 됐다"고 했다.

    뉴스1

    이태원 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을 찾은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2025.10.25/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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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형제가 참사로 희생됐다는 한 이란 남성은 참사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사고 당시 너무나도 슬펐다"며 "한국 같은 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헌화가 끝난 후 오후 2시쯤 4대 종교(기독교·불교·원불교·천주교) 추모예배가 진행됐다. 히잡을 쓴 이들도, 금발의 외국인도 눈을 꼭 감고 고개를 숙였다. 예배에 참석한 대학생 한 모 씨(25)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왔다"면서 "내 나이대 친구들이 그만큼 많이 세상을 떠났다는 게 몇 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고 한숨 쉬며 말했다.

    오후 2시 30분쯤 예배를 마친 이들은 참사 3주기 시민추모행진에 나섰다. 행진은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출발, 대통령실과 서울역, 남대문을 지나 서울광장 추모대회로 이어진다. 오후 6시 34분 열리는 추모대회에서는 외국인 가족 대표 3~5명이 무대에 올라 희생자들을 기리는 발언을 할 예정이다.

    방한한 외국인 가족은 총 46명이다. 참사 당시 희생된 외국인 26명 중 21명의 가족으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에는 모두 14개국 국적의 외국인이 포함돼 있다. 이번 방한자들의 국적은 이란·러시아·미국·호주·중국·일본·프랑스·오스트리아·노르웨이·스리랑카·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12개국에 달한다.

    이들은 지난 24일 입국해 6박 7일 동안 머무르며 추모행사, 유가족 간담회, 특별조사위원회 방문, 그리고 29일 열리는 정부 공식 추모식 등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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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을 찾은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2025.10.25/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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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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